‘갑질’, ‘을의 반격’ 등 흔히 노사분쟁을 일컫는 단어들이 지난해 핫이슈였다. 회사로부터 ‘갑질’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근로자의 제보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1만 건에 육박하는 등 많은 기업의 경영주와 근로자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렇듯 ‘노사분쟁’은 더이상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노사 간 갈등이 빈번하면 회사는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선 좋은 구성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 직원들을 배려하며 회사의 발전을 함께 이뤄내 ‘노사분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노사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있다. 편집자 주
■ 포장재 전문 생산기업 동원시스템즈(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두 연맹체는 우리나라 노동운동단체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한 회사에서 두 노조가 같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동원시스템즈(주) 역시 기존에는 민주노총 소속의 노조 하나만 있었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한은박지를 인수하게 되고, 대한은박지에는 한국노총 소속의 기존 노조가 있었다.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라면 노조를 통합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동원시스템즈는 조금 달랐다.
대한은박지의 조항진 노조위원장은 과거 13년간 12번의 경영진 교체 사태 등을 겪고 처음에는 동원시스템즈의 경영진도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는 대한은박지와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대한은박지 공장에 처음 방문한 날 노동조합 사무실부터 먼저 방문했다. 그는 말로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태도가 아닌 실제로 솔선수범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은 굳게 닫혀 있던 직원들의 마음도 열리게 했다. 하나의 회사에 두 개의 노조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노조와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와 노조 간에서 화합을 이루고자 했다.
동원시스템즈는 회사의 모든 상황을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투명하게 공개하다 보니 직원들의 이해도도 높아졌다. 회사는 매월 월례회의를 통해 업무 공유를 함으로써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회사의 시스템과 근무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평가 프로세스에 따른 평가 진행과 조직 MBO, KPI 설정에 따른 조직성과 달성 여부 평가, 사업부문별 달성 목표에 따른 연말 성과 인센티브 지급, 깨끗한 작업장, 휴일근로 전면 폐지 등으로 직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켰다.
사장실 문을 항상 열어두고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 대표는 평상시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시한다. 대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업무보고만 받고 순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과 악수를 한 번씩 더 하고 등을 두드려 주는 등 언제나 직원들을 향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조 대표는 “‘일하고 싶은 특별한 DNA가 있는 회사’라는 평을 듣고 싶다며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회사가 돼서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노사문화를 정착하고, 복리와 복지가 잘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같은 조 대표와 두 노조의 노력은 회사에 지난 2016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 의료기기 부품 제조기업 (주)레이언스
(주)레이언스는 2007년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과 솔루션을 개발 및 제조해 판매하는 전문기업인 (주)바텍의 DR 사업본부로 출범했다. 레이언스는 지난 2011년 5월 바텍에서 분사 후 모기업의 문화를 탈피해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2012년에 진행된 기업 합병으로 인해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직원이 늘어나면서 소통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됐다. 레이언스는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고자 고심했다. 그러려면 기존 인력과 새로운 인력이 조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레이언스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등산부터 통합 노사협의회 구성, 직급별 간담회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대표이사가 매일 아침 직원들과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다락방도 운영하고 있다. 다락방은 결혼, 출산, 승진 등 사적인 고민부터 직장 생활 고충 상담까지 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레이언스는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행복’이라는 모토 아래 직원들에게 최대한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편물이나 세탁물을 맡기는 사소한 일을 회사에서 대신해주고 전 임직원의 건강검진을 실시해 고혈압이나 당뇨 등 건강 위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직원들은 관리해 준다. 관리대상 직원은 업무 시간 중이라도 원하는 시간에 사내에 마련된 피트니스 센터에서 1시간 동안 운동할 수 있는 혜택도 있다.
현재 레이언스의 직원 220명의 평균 연령은 34세로 한창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때다. 회사는 변화하는 직원들의 연령에 맞춰 여성 휴게실을 갖추고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도 개관했다. 현재 임직원 70여 명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경기도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2015년 대한민국 행복기업대상 수상, 2016년 경기도 나눔 유공자 포상을 수상하는데 이어 2017년에는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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