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죄도 없는데 왜 잡는 겁니까!“
‘윤창호법’ 시행 후 첫 금요일(일명 불금)인 21일 오후 11시 54분.
인천 남동소방서 앞 음주단속 현장에서 2차 정밀 측정을 위해 차에서 내린 운전자 A씨(32)와 동승자 B씨(32)는 오히려 당당했다.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12%, 면허 취소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이 수치는 말이 안 된다. 면허 정지 정도로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모든 것이 다 녹화되고 있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서야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같은 날 남동구 논현역 인근에서도 음주 단속이 진행됐다.
30여분 동안 적발되는 음주 운전자가 없자 경찰 관계자는 “요즘은 시민의 의식이 높아져서 음주 운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관의 말이 끝난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11시 35분께 음주 운전자가 적발됐다.
2차 측정 결과 운전자 C씨(53)의 알코올 농도는 0.067%로 면허 정지 수치였다.
C씨는 “원래 술을 못 하는데 송년회라 맥주 1잔을 마셨다. 집이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라 운전을 했다”며 “윤창호 법도 시행돼 운전하지 말아야 하는데 음주 운전을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는 음주 운전 의심 차량이 도주하자, 경찰의 쫓아가는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간과 장소가 다른 삼산체육관(오후 11시께) 앞 음주단속 현장에서도 적발자가 나왔다.
부평시장에서 맥주를 마셨다던 30대 남성 D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48%였다. D씨는 현행 면허 정지 기준인 0.05%보다 0.002% 모자라 간신히 훈방 조치됐다.
하지만, 면허정지 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2019년 6월 시행)이 적용되면 C씨도 면허 정지 처분 대상이다. D씨는 “운전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큰 교훈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대리 기사를 부르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창호법 시행 후 첫 주말 동안 인천지역 각 경찰서는 주요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나서 총 59건(중부서 9·미추홀서 6·남동서 12·부평서 2·서부서 8·계양서 3·강화서 4·연수서 6·삼산서 7·논현서 2)의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다. 윤창호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현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서 시민들이 체감을 많이 못하는 것 같다”며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 등을 인지하고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도록 홍보와 단속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19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승욱·이관우·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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