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성공 열쇠는] 2. 주민과 협의 필수

사전협의 없는 발표에… “원천무효·수용반대” 곳곳서 반발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지구 ‘토지보상·생존권’ 갈등
전문가들 “타협점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 조언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개발 예정지구 주민들이 정부의 신도시 개발 추진이 주민 의견 수렴도 없는 일방적인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도시건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공공택지 조성 때마다 논란거리로 대두되는 토지보상 등 산적해 있는 과제를 지역 주민과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3차 신도시 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한 남양주 왕숙지구 수용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500여 명은 24일 오전 10시께 남양주시청 정문 앞에서 ‘왕숙 1ㆍ2지구 수용반대 투쟁집회’를 열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추진에 반발하고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48년간 사유재산권을 강탈당하고 말살정책에 억눌려 왔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아픔은 모두 무시한 채 또다시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며 2천여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원천 무효’, ‘수용반대’, ‘악법 철폐’ 등 준비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집터와 일터를 빼앗고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라며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기존에 살던 대로 계속 유지해 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신도시 개발 예정 지역인 하남 교산지구 수용지역 주민들도 준비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하며 본격적인 신도시 추진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하남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는 ‘3기 신도시 강제수용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40여 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며 생활했던 삶의 터전을 헐값에 내주고 떠나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는 90% 이상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이다. 그린벨트 지역은 각종 건축규제 탓에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보상가 문제로 택지개발 때마다 진통을 겪어왔다. 

이런 이유로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로 지정된 곳에 집과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들은 생존권을 잃거나 헐값 보상을 받지는 않을까 불안한 심리를 보이며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과 과천 지역도 토지보상과 생존권 보장 등의 이유로 갈등 발생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왕숙지구 주민들 “신도시 지정 전면 취소” 24일 남양주시 금곡동 남양주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왕숙 1•2지구 수용반대 투쟁집회’에서 주민들이 “왕숙지구 신도시 지정 전면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형민기자
왕숙지구 주민들 “신도시 지정 전면 취소” 24일 남양주시 금곡동 남양주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왕숙 1•2지구 수용반대 투쟁집회’에서 주민들이 “왕숙지구 신도시 지정 전면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형민기자

더욱이 남양주, 과천 일대는 올해들어 땅값이 많이 올라 실제보상규모가 시장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토지·건물 실거래가앱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남양주 왕숙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의 지분 거래는 제외하고 3.3㎡당 실거래가는 134만 7천 원으로 1년 사이 60% 가까이 뛰었다.

과천동 그린벨트 토지 실거래가도 지난해 3.3㎡당 평균 225만 5천원이었지만 올해 11월까지 267만 7천원으로 상승했다. 3.3㎡당 20%가량 오른 것이다. 

여기에 과천 개발 예정지에 대규모 화훼단지와 농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하는 화훼농가 등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와 더불어 시가 추구해 왔던 전원도시라는 타이틀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남양주, 하남에 이어 ‘주민 반발’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도시 입지와 개발 방향만을 발표할 것이 아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재산권과 관련한 주민 반발에 대해 정부는 단순히 법적 절차라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반발하는 의견을 듣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원주민들의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서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그들에게 맞는 보상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영호ㆍ권혁준ㆍ하지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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