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기대감에 파주가 ‘꿈틀’

한반도 화해 분위기 타고 접경지역 투자 관심도 커져
땅값 상승률 9.2% 전국 1위 남북철도 착공식도 호재

지난 28일 파주시 문산읍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한 중년부부가 남북한 접경지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이 부부는 몇 차례 전화 상담을 거친 끝에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토지를 무려 4억 원에 매입하고자 인천 송도에서 이곳까지 찾아왔다. 이들이 산 땅은 농지 외에 일체 개발이 제한되는 곳이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70대 노인이 민통선 내 땅을 팔고자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4년 전 파주 민통선 내 토지 세 곳에 분산 매수한 그는 3.3㎡당 4만 원에 사들인 땅 중 일부를 15만 원에 팔았다. 4년여 만에 4배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파주 접경지 토지 매매와 관련한 문의가 하루 평균 3번 수준에서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최근까지 10여 차례로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 부동산 시장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화해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6일 남북철도 착공식이 진행되면서 남북한 접경지 투자에 대한 관심에 더욱 불을 지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파주시의 땅값은 9.2% 상승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평균(4.04%)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작년까지 채 10만 원에 못 미치던 민통선 내 3.3㎡당 땅값은 15만~30만 원까지 치솟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파주시 민통선 내 임야가 1년 새 2~3배가량 뛴 것이다.

파주시 부동산 거래는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파주시 토지 거래량은 4천955필지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파주지역의 부동산이 핫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단연 남북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후속 조치 등 한반도 평화ㆍ화해 무드로 분석된다. 접경지역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로 시세차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3~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장기적 투자가 주를 이룬다. 앞으로 남북한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고, 평화적인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며 접경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정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운정~서울 삼성역~화성 동탄을 잇는 GTX-A노선이 본격적으로 착공하는 등 여러 호재가 땅값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문산터미널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남북철도 착공식 이후 토지 매입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으며, 매수인 중 외지 거래인이 절반을 넘는다”며 “넓은 토지의 경우 가족ㆍ친지, 지인 등의 소액투자자가 모여 투자하는 소위 ‘쪼개기 거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파주시 관계자는 “과거 남북한이 대치된 냉전 시대에는 파주 등 접경지역에 대한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전무했다”며 “하지만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외부인들의 토지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파주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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