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만 산부인과 줄폐업, 출산 인프라 무너져간다

분만 산부인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출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유명 산부인과도 경영난을 겪을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 보니 폐업하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개원 55년 만에 폐원 위기를 맞으면서 산부인과 경영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병원은 지난해 11월 분만실을 폐쇄했고, 최근엔 외래 진료 및 검사중단을 알렸다. 제일병원 분만은 2012년 6천808명에서 2017년 4천202명으로 감소, 오랜기간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에 따른 임산부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것은 전국이 마찬가지다. 도내 여성전문병원들도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 권선구 A여성병원의 출생아 수는 2016년 747명에서 2017년 493명, 2018년 461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팔달구 소재 B여성병원도 2016년 120명이 출생했지만 2017년과 지난해 각각 5%씩 출산율이 감소했다.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경영난은 더 심각해져 이들 병원의 고민이 깊다. 이에 분만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병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가 하면, 병원을 폐업하는 곳도 있다. 실제 수원 영통구의 C여성병원은 요양병원으로 재개원했고, 오산 소재 D여성병원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2017년 2월 폐원했다.

정부가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돈을 쏟아붓지만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 문닫는 분만 산부인과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최도자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지역별 분만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산부인과 5곳 중 1곳이 분만실을 닫았다. 경기도도 18.2% 감소했다. 2013년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전국 706곳이었으나, 2017년에는 527곳으로 17.6% 줄었다. 분만건수 역시 같은 기간 42만7천888건에서 35만8천285건으로 16.3% 감소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6곳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 분만실이 사라지면서 임신부들은 인근 지자체로 가서 ‘원정 출산’을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 분만 한 건 당 수당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공의 육성지원과목에서 산부인과는 제외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 수는 15년 만에 65% 줄었다.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의 절반 가까이는 50세 이상이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외치면서 정작 거점 산부인과 육성에 소홀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의 분만 인프라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조차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미숙아·난산·난임 대처 역량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폐업하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분만 포기 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방관해선 안 된다. 분만수가 조정, 수술실 지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분담금 국가 부담 등 산부인과를 살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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