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늘어가는 청와대의 감싸기 해명만큼 / 역(逆)적폐의 그늘도 짙어 지고 있다

‘육군총장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똑같이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수행하는 비서다” “꼭 격식을 갖춰 사무실을 방문하는 방식으로만 만남이 이뤄져야 하느냐” “분실된 문서는 공식 문서가 아니고 해당 행정관이 임의로 만든 것이다”. 브리핑은 “(저도) 인사수석이나 인사비서관이 만나는 게 예의에 맞다고는 생각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번 논란의 팩트를 정리해 보자.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만났다. 만남의 장소는 시중의 일반 카페였다. 행정관은 청와대 인사자료를 들고 있었다. 만나는 자리에 군(軍) 파견 인사가 동석했다. 이 인사는 다음 인사에서 준장으로 승진했다. 가지고 갔던 자료는 분실됐다. 야당은 ‘코미디 같은 만남’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의 위세가 그렇게 강한가’라고도 했다. 해당 인사 승진도 결국엔 청와대 압력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의 당리당략일 수 있다. 침소봉대된 정치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은 더 납득할 수 없다. 어디 하나 자연스런 부분이 없는 만남이다. 청와대 행정관은 육군 참모총장을 만날 대면(對面) 상대가 아니다. 총장을 시중 카페로 불러냈다는 건 더 어울리지 않는다. “행정관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는 육군 해명도 나왔다. 인사권자 앞에 인사대상자를 데리고 나간 것도 옳지 않았다. 비정상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들 투성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감싸기로 일관했다.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는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래도 잘못된 건 없다’고 우겼다. 처음도 아니다. 민간인 사찰 의혹 때도 ‘보고서는 봤지만 시킨 일은 아니다’라거나 ‘민정수석실 업무 범위에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 직원이 적시한 ‘사찰 기록’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갈팡질팡하는 덕에 당장의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국민의 실망까지 덮은 건 아니다.

전(前) 권력의 몰락이 어떻게 시작됐나. ‘연설문 작성’ ‘세월호 7시간’이었다. 담당 비서가 아닌 ‘민간인’이 쓴 연설문이 몰락의 시작이었다.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의 업무가 죄의 화근이었다.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우기다가 무너졌다. 그 오기를 적폐로 규정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다. 그런 문재인 정부에서 그와 닮은꼴 논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시킨 건 아니다’ ‘총장 불렀다고 죄는 아니다’ ‘카페에서 만날 수도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또 다른 적폐를 상상하지 않겠나. 청와대 스스로 더해 가는 역(逆)적폐의 그늘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