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액체괴물’ 유해성 논란, 화학물질 관리 강화해야

말랑말랑한 촉감과 쭉쭉 늘어나는 성질 탓에,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는 장난감 ‘액체 괴물(슬라임)’에서 유해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성분도 검출됐다. 부모들은 또 한번 화들짝 놀랐고,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가 여전히 허술함에 분노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이 액체 괴물이라 불리는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 성분을 검사해 최근 발표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슬라임 30개를 분석한 결과, 25개(83.3%) 제품에서 붕소함량이 기준치(30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개 제품은 1천400㎎/㎏을 넘었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 및 발달 독성을 가지고 있어 과다 노출되면 생식 기능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고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앞서 국가기술표준원도 지난해 액체 괴물 190개 제품을 정밀 조사해 76개 제품에서 위해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액체 괴물 76개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방부제 일종인 CMIT·MIT 성분과 간·신장 등 손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그리고 시력장애, 소화기 및 호흡기 장애 유발 가능한 폼알데하이드가 다량 검출됐다. 때문에 수거ㆍ교환 등 대규모 리콜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리콜된 제품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음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유해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정부가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제대로 안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상당수 가정에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슬라임이 방치돼 있다. 부모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라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액체로 변한 슬라임을 싱크대나 변기에 흘려 버리기도 한다. 독성이 포함된 물질을 마구 버리면 당연히 환경오염을 불러온다. 슬라임 처리에 대한 공식 매뉴얼도 없고 홍보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어린이 제품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린이들이 슬라임을 가지고 놀다 입을 만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입으로 바로 들어갈 경우 붕소 흡수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독성 슬라임이 여전히 유통되고, 곳곳에 슬라임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붕소 기준이 시행됐지만 정부는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붕소 화합물이 함유된 제품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황당하다. 화학물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치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의 악몽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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