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전임 시장·후임 시장

광명에서 도는 소문이다. 전임 시장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고 한다. 소문의 주어(主語)는 현 시장이다. 현 시장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증거라고 거론되는 몇 가지가 있다. ‘북방 진출’은 전임 시장의 숙원이었다. 단둥ㆍ훈춘ㆍ하산군과 함께 하는 축전이 그 구체적 사업이다. 시가 이 사업비 1억5천만 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시의회에 보고한 관광과 업무도 과거 12건에서 6건으로 팍 줄었다. 양기대 전 시장의 공식 반응은 없다. ▶양평에는 이런 소문이 있다. 김선기 전임 군수가 소문의 주어다. 다시 군수에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김 전 군수가 지역위원장에 재선임됐다. 대외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면장 이취임식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김 전 군수가 여의치 않으면 차기 군수에 출마하려는 것’이란 소문이 생겼다. 현 시장 체제에서 소외된 인사들 쪽에서 주로 나오는듯하다. 현 시장이 자신들-김 군수 사람들-을 배척한다는 불만이 배어 있다. ▶민선 7기 출범이 7개월 됐다. 민선 6기의 퇴장도 그만큼 됐다. ‘전임 시장’이란 호칭이 익숙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 퇴임의 허전함을 가장 느낄 때가 지금이다. 홀가분함이 허전함으로, 외로움이 섭섭함으로 바뀌어 갈 때다. 이쯤 되면 ‘현 시장’들의 자기 색깔 내기도 본격화된다. 그래서 나오는 소문들이다. ‘전임자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다시 출마한다더라’…. ▶고(故) 심재덕 수원시장은 3선에 실패했다. 국회의원으로 재기할 때까지 칩거했다. 시정(市政)에선 그의 흔적이 사라졌다. 기억도 희미해진 술자리가 있었다.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보면 화나. 안 보는 게 상책이지. 그래서 약속도 수원에서 안 잡아.”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재선에 실패했다. 선전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가 말했다. “나는 너무 좋아. 내가 정치를 다시 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자연인으로 살 수도 있어. 지금이 행복해.” ▶‘전임 시장’의 미덕은 뭘까. ‘후임 시장’을 묵묵히 돕는 것, ‘후임 시장’을 위해 비켜주는 것…. 이 미덕을 실천할 때 ‘전임 시장’은 어른스러워진다. ‘후임 시장’의 미덕은 뭘까. ‘전임 시장’을 인정하는 것, ‘전임 시장’을 위해 배려하는 것…. 이 미덕을 실천할 때 ‘후임 시장’은 아름다워진다. 그런데 잘 안 되는 듯하다. 양기대 전 시장ㆍ김선기 전 군수라면 일 잘하기로 정평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 주변에서 흔적 지우기, 재출마설이 나돌 줄은 몰랐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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