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신대철 (사)한국올림픽성화회 회장

“전문 체육 선수들에 더 큰 미래 향한 청사진 심어줄 것”

요즘 국내 엘리트 체육계는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지도자의 폭력, 승부 조작, 파벌싸움 등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다. 이에 사회 전반에 체육계에 대한 ‘대수술’ 여론이 조성되고, 국위선양에 앞장선 체육인들의 명예는 땅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이 같은 현 상황에 대해 오직 개인보다는 국가의 명예를 짊어지고 청춘을 불태우며 국위선양에 앞장섰던 체육인들의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올림픽성화회 12대 회장에 선출된 신대철(60) 대림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두 차례의 올림픽 출전과 1983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의 유일한 동메달 획득,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사이클 개인도로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은륜의 스타’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25년째 대림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신 교수는 은퇴 후에도 대한체육회 선수위원과 올림픽성화회, 국가대표선수회 등에서 활동하며 후배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림픽성화회 회장 피선과 더불어 경기도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경기도와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힘쓰고 있다. 체육계 대표적인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는 신대철 회장을 만나 올림픽성화회와 한국체육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올림픽성화회’는 일반인들에게 체육관련 단체로 짐작을 하게하지만 다소 생소하다. 성화회는 어떤 단체인가.

A 성화회는 1996년도에 올림픽에 다녀온 정동구, 이학래 같은 여러 선배 교수들이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 설립한 단체다. 이 모임의 창립 취지는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대외적으로 한국 체육의 위상을 드높인 체육인들의 업적을 기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후배 선수와 체육인들에게 물려줘 더욱 발전시키고자 31인의 경기인 출신 교수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Q 최근 12대 회장으로 피선됐는데 소감과 앞으로의 성화회 운영방안은.

A 역대 선배 회장님들이 잘 이끌어 오셨기 때문에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 지 큰 부담감이 앞선다. 하지만 주어진 2년의 임기동안 성화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전문 체육선수들에게 큰 희망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심어주는 가교 역할을 성화회가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따라서 현재 ‘여성체육회’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을 확장 독립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체육인 사랑방’으로 만들 계획이다. 더불어 그동안 성화회에 기부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더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다. 또한 정례적인 학술대회와 선ㆍ후배 체육인들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후배들에게는 선배 경기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공유토록 하고, 선배들에게는 후배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해 상호 소통하는 체육계 분위기를 조성코자 한다. 이를 위해 연 2회의 정례모임을 확대 운영하고, 활동을 다양화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Q 성화회는 선수 출신의 교수모임으로 알고 있다. ‘국가대표선수회’와는 어떻게 다르며 회원 규모는 얼마나 되나.

A 국가대표선수회는 말 그대로 국가대표 출신들이 모여 지난 2011년 출범한 단체다. 나 역시 이 모임의 창립 때부터 함께한 멤버다. 단체 성격이나 창립취지, 활동 내용이 상당 부문 유사하다. 따라서 얼마전 국가대표선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박노준 회장하고도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후배 선수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었다. 그동안 국가대표선수회는 여러가지 봉사활동과 국가대표선수와 함께하는 스포츠교실 등 짧은 연륜 속에서도 여러 활동들을 해왔다. 이에 비해 성화회는 학술대회 등 주로 정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엘리트 체육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등 의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나갈 방침이다. 회원의 규모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선수 출신으로 일선 체육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자와 학계 등 약 2만 5천여 명이 모두 회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최근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경기인 출신으로서 이에 대한 견해는.

A 선진국가로 갈수록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의 소득이 증대되고 여가시간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건강과 체력증진에 관심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88 서울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체육활동은 국민체력 증진과 100세 시대를 앞둔 국민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상반된 개념으로 보고 자주 대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년전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소관하던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됐음에도 아직도 곳곳에서 이런일이 빚어진다. 엘리트체육은 전문적인 선수들이 운동을 업으로 이어가는 분야다. 엘리트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면서 기량을 키워 개인은 물론 국가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전문체육 분야에 대한 국가의 투자와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이 생활체육과 상대 평가로 지원될 부분이 아니다. 그런점에서 전문체육에 대해 소홀히 하면서 생활체육에만 역점을 둔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Q 최순실 사태를 비롯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는 체육계 비리로 인해 국민들에게 체육계가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A 몇몇 잘못된 사람들에 의해 스포츠계가 도매금으로 ‘비위의 소굴’처럼 비춰지고 있어 체육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다. 과거 우리가 매를 맞으며 운동하던 시절하고 요즘의 스포츠 환경은 많이 변했다. 모든 것이 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과거처럼 억압하며 가르치던 지도자는 이제 설 땅을 잃게됐다. 우리가 운동할 때에는 폭언과 폭력이 당연시되고 용인하던 시대였지만, 현재에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편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지도자들도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슬기로운 지도방법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세상이 변했어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해야 하며, 지도자 역시 선수와 학부모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상호 신뢰감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개탄스럽다. 어찌보면 이 모든 것이 우리 선배 체육인들의 책임이다. 그런면에서 성화회가 더 많은 역할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Q 선수로서의 경험과 학교에서 후진을 가르치는 교육자 입장에서 한국 체육에 대한 조언과 기대감을 밝힌다면.

A 요즘은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대세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결코 못해낼 것도 없는 것이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다. 다만 단지 학업만 하는 학생들보다는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느 분야든 간에 자기 계발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체육은 최근 스포츠의 과학화와 더불어 영리한 체육 인재들의 배출로 국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과거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르고 있는 반면,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 체육인들이 자신은 물론, 여러가지 주위 환경과의 싸움에서 이겨내 진정한 ‘승리의 월계관’을 쓰기를 당부하고 싶다.

황선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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