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집권당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들러리를 내세우며 기자회견을 했지만, 사과는커녕 오만방자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지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목포 근대 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에 이어 6차례나 반려됐던 손 의원 아버지의 독립유공자 선정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국회에 부른 후 선정된 점,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미술품 구입 종용에 반발한 학예연구실장이 전격 교체되는 등 부정청탁과 직권남용 투성이다.
대통령 영부인까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결국 손 의원이 자초한 꼴이다. 세간에는 ‘내가 숙명여고 나온 여자야’라는 영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법적 책임문제는 지켜보면 될 일이나 손 의원의 행위에 대한 논란은 별개 문제다. 집권 말기에 터졌으면 최순실 사태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최근 손 의원뿐 아니라 재판 청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서영교 의원, 예천군 군의원 사건 등을 보며 나라 꼴이 한심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국가의 품위나 국격(國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왜 우리는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가.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정녕 우리는 볼 수 없는 것인가.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 나라에도 국격이 있다. 국격은 국가와 국민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격조다. 우리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기적을 일군 나라다. 전 세계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국격은 부(富)와 군사력과 문화만 가지고 이뤄지지 않는다.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에서 ‘한없는 문화의 힘’을 강조했으나 지도층의 자세와 국민 개개인의 품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는 일제 무단통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우리에게 국격이란 앞으로 우리의 명운을 좌우하는 척도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과 여행 목적으로 온 외국인들을 보면 잠깐 보아도 지성미가 있어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하면 아, 그 나라 국민이구나 라는 선망과 또는 그저 그런 나라에서 왔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이처럼 국격은 무서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국격이란 단어는 정치권에서 멋대로 오용하기 시작했다. 국격을 만드는데 가장 먼저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대통령부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처신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단죄할 것은 제대로 단죄해야만 국격이 형성된다. 터무니없이 생떼를 부리는 세력과 집단에게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손혜원 사태는 우리의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다. 사실은 사실대로 규명해 거기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면 된다. 잔꾀를 부리다 보면 국격은 고사하고 국민 전체의 공분을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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