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빈소를 조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약 30분 동안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선 뒤 헌화를 하고 김 할머니 영정 사진을 향해 두 번 절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이제 23분 남으셨죠. 한분 한분 다 떠나가고 계신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한 뒤 나오는 길에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찾기에 앞서 김복동 할머니의 영면 소식에 SNS를 통해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며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다”며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며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전했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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