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잘 갖춰진 수도권 입지해야

SK하이닉스와 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120조 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고용 창출 효과가 1만 명이 넘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 차원에서 요청하면서 SK하이닉스가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경기도 용인과 이천, 경북 구미, 충북 청주가 각급 의회를 통해 유치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지자체들이 양보 없는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용인시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이 있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유치에 적극적이다. 용인에 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들어선다면 용인-이천-화성-평택의 거대 첨단산업 벨트가 조성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천시는 “SK하이닉스는 36년 넘게 이천에서 운영되면서 힘들 때마다 이천시민이 응원하며 지켜낸 시민 기업”임을 강조하며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사가 있는 이천시에 건립되도록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증설이 현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불가능한데 특별법을 통해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진 이천에 추가 부지와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미시와 청주시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워 수도권지역 입지에 반대하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비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 개정안’까지 발의해 수도권 유치에 딴지를 걸고 있다. 현행법상 공장 총량 규제, 인구 집중유발 시설 등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개정안은 국가균형발전위 심의를 추가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기업들의 수도권 추가 유입을 막고, 이들 기업을 비수도권으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수도권 역차별을 넘어 시대 착오적 악법인 수정법을 철폐해야 함에도 수도권을 더욱 옥죄어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시너지가 높은 곳에 입지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하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우수인재 확보, 교통 접근성, 수출 편의 등이 고려돼야 한다.

반도체가 수출을 먹여 살리고 나라 경제를 먹여 살린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입지와 설립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자체들의 유치전 과열로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개입돼 적기를 놓치면 안된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 대응하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곳에 입지해야 한다. 수도권이 적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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