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방송통신高 졸업식] 배움의 恨 풀고… 장애 딛고… ‘특별한 졸업장’

만학도 이미선씨
가족들도 몰랐던 중졸 학력… 이젠 떳떳하게 고졸 말할래요
지적발달장애 김현규씨
장애 극복하고 학업에 매진… 3년 개근 선생님·동료에 감사

10일 수원 수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서 3년 정근상을 받은 이미선씨(58ㆍ왼쪽)와 장애를 딛고 3년 개근상을 받은 김현규씨(21)와 아버지가 각각 졸업장을 손에 들고 기뻐하고 있다. 윤원규 수습기자
10일 수원 수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서 3년 정근상을 받은 이미선씨(58ㆍ왼쪽)와 장애를 딛고 3년 개근상을 받은 김현규씨(21)와 아버지가 각각 졸업장을 손에 들고 기뻐하고 있다. 윤원규 수습기자

“10여 년 전 아들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당시 가족 신원조회에 ‘고졸’이라고 답했던 거짓말의 죄책감에서 드디어 해방됐네요”

수원 수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제42회 졸업생인 이미선씨(58ㆍ여). 10일 오전 수성고 대유평체육관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이씨는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졸업생 132명과 함께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축하세례를 받았다.

특히 이날 이씨가 발표한 졸업소감문은 참석한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씨는 소감문을 통해 10여 년 전 아들의 육사 합격 소식을 들을 당시 가족들마저 이씨가 ‘중졸’임을 모르고 있어 부끄러운 나머지 ‘고졸’이라고 거짓으로 기입한 사연을 공개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씨는 아들의 최종 합격 통보를 받기까지는 물론 현재까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 아들의 앞길에 지장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그동안 마음을 졸이며 노심초사했던 기억으로부터 드디어 해방됐다”며 “가족들에게도 떳떳하게 고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돼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김현규씨(21)의 ‘3년 개근’ 소식도 전해지면서 따뜻함을 더했다.

김씨는 초ㆍ중학교를 거쳐오면서 지적발달장애로 인해 일반적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성인들이 많이 재학 중인 방통고로 진학을 결정,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며 졸업까지 끝마쳤다. 김씨는 졸업을 위해 교사 및 동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졸업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김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졸업식 현장을 직접 찾은 윤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졸업 후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방통고를 입학할 당시의 꿈과 학교생활의 추억을 떠올리자”며 “졸업생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학업에만 전념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배움의 의지를 불태웠던 마음가짐을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이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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