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후된 접경지역민 배려는 환영하지만 / 분단·규제 극복 못 한 재탕 청사진이다

과연 ○○관광지, △△생태 공원, □□평화길로 먹고살 수 있겠는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는 소재들이다. 이미 접경 지역의 상당수는 관광 자원화되어 있다. 땅굴, 망향탑, 전망대 등이 관광 산업에 대거 접목돼 있다. 분단을 매개로 한 영화제, 예술제 등 문화 관광도 여럿 있다. 이게 돈이 됐다면 접경지역의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그저 상징성에 의존하는 명목상의 산업으로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정부의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이다. 2011년 수립된 계획을 일부 수정한 내용이다. 주요 사업 중에 관광과 연계된 것들이 특히 눈에 띈다. 포구 문화의 거리(김포), 곤충 테마파크(양주), 한탄강 주상절리길(포천), 도보 여행길(강화~고성) 등이다. 안보ㆍ통일ㆍ평화ㆍ분단이나 생태ㆍ자연ㆍ환경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다. 여기에 상당한 국고가 지원될 것이라니 일단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점은 낙후된 지역을 틀부터 바꿀 청사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된 산업단지 조성 등의 구상이 안 보인다. 접경 지역 대부분이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있다.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섬유, 가구 등의 산업과 연계된 소재가 곳곳에 있다. 지역 경제와 고용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경기 부양책이 산업단지인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

접경 지역 지도를 통째로 바꿀 도심 인프라에 대한 지원책도 찾을 수 없다. 양주가 추진했던 UN 빌리지(1조4천200억원), 동두천이 추진했던 그린 에코 빌리지(2조1천870억원)ㆍ국제 특성화 거점 국립대학 이전 및 증설(2천960억원)이 모두 빠졌다. ‘평화 신도시’ ‘접경 신도시’로 갈 수 있는 청사진들이었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배제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도심 개발에 따른 규제 완화의 부담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사업의 상당수가 현재의 각종 규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군사 규제, 접경 규제를 그대로 두고 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추려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다 보니 환경, 분단, 생태 등을 소재로 하는 관광 산업 구축에 중점을 두게 된 것이다. 기존의 관광 산업을 고치고, 키우는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계획이 완성되는 게 2030년이다. 그때의 모습을 상상해도 그다지 설레지 않는다. 딱히 새로울 게 없어서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의지가 전에 없이 강한 문재인 정부다. 접경지역 개발계획에도 이런 의지가 투영됐으면 좋을 뻔했다. 분단을 뛰어넘는 과감한 도심 재편, 규제 개혁을 전제하는 혁신적 산업 편제가 포함됐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다시 한번 다듬었으면 좋겠다. 접경 지역에도 신도시 만들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해야 한다. 대학 설립해주고, 위락 시설 유치해줘야 한다. 그래야, 70년간 억눌려 왔던 접경 지역에 돈이 돌고 사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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