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박광온 의원, 기대… 실망… 미련

수도권 역차별에 침묵 ‘실망’
5·18 망언 분노 대비 ‘서운’
지역 위한 당내 영향력 ‘기대’

수원 입성(入城)은 2014년이다. 그해 7월 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지역색 강한 수원이다. ‘수원 깍쟁이’ 정서가 유별나다. ‘박광온이 왜?’란 소리가 나왔다. 능히 그럴 만했다. 수원시민에겐 낯선 사람이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게 연(緣) 만들기다. ‘처삼촌 본가’도 팔아먹고, ‘6ㆍ25 피난지’까지 팔아먹는다. 대개의 정치인들이 그런다. 그런데 그는 좀 달랐다. 아무런 연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뛰었다. 52.67%를 얻었고 당선됐다.

이제 기대가 크다. 재선(再選)이다. 수원을 대표한다. 도당 위원장도 했다. 경기도를 대표한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가 등장한다. 수원과 당, 경기도와 당이 그로 연결된다. 수원시장도 급할 때면 그를 찾는다. 예타면제 정국에서 돌았던 말이 있다. ‘신분당선 안 되면 수원시장이 사퇴할 수도 있다’. 이 설(說)의 끝자락에도 그가 있다. 중앙당을 향한 이 푸념을 그가 들어줬다 한다. ‘그러면 안 된다’며 말렸고, ‘함께 노력하자’며 챙겼다고 한다.

기대가 커서일까. 실망스런 모습이 보인다. 신분당선 탈락이 수원을 뒤집어 놨다. 시장은 청와대를 찾아가 따졌다. 공무원들은 비상기획팀을 꾸렸다. 시ㆍ도의원들은 피켓을 들고 세종청사로 갔다. 서수원 주민들은 도의회 앞에 진을 쳤다. 그 열흘 동안 박 의원이 없었다. 적어도 활자로 등장한 기록이 없다. 영통구의 다른 목소리를 안다. 그렇다고 안 연결할 전철이 아니다. 게다가 망국적 수도권 역차별론을 깔고 있다. 뭐라도 했어야 했다.

서운한 일도 생겼다. 그의 분노가 다른 곳을 향했다. 때마침 등장한 5ㆍ18 망언이다. 툭하면 나오는 북한군 개입설이다. ‘총을 거꾸로 멨으니 인민군’이라는 주장이다. 이 황당한 강연에 한국당이 판을 깔았다. 국민이 분노했다. 박 의원이 그 전면에 섰다. 방송심의위원회에 5·18 허위사실 영상 심의를 신청했다. 한국당을 향해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5.18 특별법 개정에 동참하라”고 주문했다. 라디오에서, SNS에서 연일 노기를 토해낸다.

5ㆍ18의 시작은 1980년 5월이다. 38년째 치유해오는 상처다. 수도권 역차별의 시작은 1982년 12월이다. 36년째 깊어져만 가는 상처다. 5ㆍ18은 500만 호남인들의 한이다. 수도권 역차별은 1,300만 경기도민의 한이다. 5ㆍ18 망언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수도권 역차별에도 분노해야 옳다. 적어도 경기도ㆍ수원시 정치인이라면 그러는 게 맞다. 5ㆍ18을 말했다고 서운한 게 아니다. 수도권 역차별을 말 안 했으니 서운한 것이다.

여전히 미련은 많다. 당내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선수(選數)를 넘어서는 능력이다. 권력 핵심과도 각별하다고 한다. 요 며칠 페이스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 변방 경기도엔 귀한 힘이다. 신분당선 연장에 꼭 필요한 힘이다. 공공기관 지키기에 없어선 안 될 힘이다. 입성 5년 만에 향심(鄕心)을 산 그다. 50년 수원 벽을 넘어선 그다. 경기ㆍ수원을 위해 말해야 한다. “신분당선 연장하라”가 뭐하면 “수도권 역차별 중단하라”고라도 해야 한다.

애향심(愛鄕心)을 말하면 촌스러우려나.

“조선 왕국의 8도를 대표하는 최고 부자 8명이 똑같은 설계로 나란히 8채의 집을 지었습니다.” 1897년 요셉 신부가 남긴 서신의 일부다. 화홍문 인근 어딘가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 정체성이 그랬다. 조선 8도 부자가 주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전라도민, 경상도민, 충청도민, 강원도민이 주인이다. 그 옛날 수원읍을 8도 부자들이 지켰다. 지금 수원시는 8도 출신들이 지켜야 한다. 출발이 애향심이다. 그 본을 보여줄 이가 박광온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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