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 10채 중 4채꼴로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 하락, 역전세난 현실화

오산시 세교동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음 달로 전세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지만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내주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을 뒤부터다.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지난 2017년 3월 84㎡짜리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2억 3천만 원.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꾸준히 떨어지더니 급기야 올해 초 1억 5천만 원 선까지 곤두박질 쳤다. 집주인은 시세에 따라 전세값을 낮춰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당장 보증금을 내주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A씨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 새로 이사할 집 잔금을 치러야 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됐다.

이처럼 도내 아파트 10가구 중 4가구꼴로 2년 전보다 전세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계약 시점인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내려가면 계약 만기 때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아파트는 도내 평균 44.2%로 집계됐다. 10가구 중 4가구 이상이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셈이다.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하락한 도내 아파트 비율은 지난 2013년 8.4%, 2014년 5.4%, 2015년과 2016년 각 3.9%, 2017년 9.8%로 5년간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2017년 3분기부터 전세보증금 하락 아파트 비중 증가 폭이 커지더니 지난해 44.2%로 껑충 뛰었다.

오산은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떨어진 아파트 비율이 80%를 넘었고, 화성과 용인 기흥, 시흥 등지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도내 아파트의 2년 전 전세보증금과 현재 가격 간 차액도 2016년 4천935만 원에서 2017년 3천14만 원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476만 원으로 급감했다. 지방의 경우 2017년부터 차액 폭이 줄어들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직방 관계자는 “2017년부터 아파트 공급물량이 증가한데다 기존 전세세입자가 분양시장으로 유입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일어나 전세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세보증금 하락으로 보증금 미반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시장 모니터링과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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