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주최하고 인천상공회의소 등이 주관한 ‘인천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조기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물량은 연간 25만대, 매출액은 1조4천억 원으로 국내 수출시장의 80% 이상을 담당해왔는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느닷없이 ‘지역경제 복원’을 앞세워 ‘군산 중고차 수출복합단지’ 조성계획을 밝힌 거다. 인천은 수도권이라 중고차 매집이 유리하고, 수출항과 바이어의 접근성이 용이한 국제공항이 있어 수출시장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시장만 교란시킨 셈이다. 경제보다 정치 논리가 앞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인천 경제계가 반발한 거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입지 결정 문제도 가관이 아니다. 올해부터 10년간 약 120조원을 투입해서 반도체 제조공장 4개를 건설하고, 부품업체 50여 곳도 동반입주하게 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보니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효과와 천문학적인 지방법인세 수입을 놓치지 않으려고,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과 용인,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경북 구미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북과 구미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 등 균형발전 이행을 촉구하며 정치권 압박에 나섰다. 최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클러스터) 부지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언론 해명에 나섰다. 민간주도 사업인데도 입지 결정은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가 보다.
전국이 들썩였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도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수도권과 영남 내륙을 연결하는 남부내륙고속철도와 대전도시철도(트램), 새만금 국제공항 등 23개 사업이 면제받았다. 사업비만 24조1천억 원이다. 한데 애초 경기 부양이 사업목적이었다가 슬그머니 국가균형발전으로 바꾼 걸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과거 예타 통과를 못한 9조3천억 원 규모의 7개 사업이 부활됐는데, 4조7천억 원의 남부내륙고속철도가 포함된 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선거공약이다.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비 규모를 보더라도 부산·울산·경남이 6.7조원(28%)으로, 8개 권역 중에 단연 으뜸이다. 반면 인천의 GTX-B 노선은 수도권이라 아예 제외됐다.
우리 경제와 고용 상황이 최악이라면서 경제적 타당성은 간데없고 정치 논리만 난무했다. 급기야 시장질서마저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정치도 매한가지다. 최근 인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에 박남춘 시장 선거캠프에서 특보단 자문위원장을 한 인사를 일방적으로 내정 통보해, 노동조합도 성명을 냈다. 이 자는 교통공사 사장시절, 인천종합터미널 매각과정에서 조세회피로 894억 원의 혈세낭비를 초래하는 등의 구설에 올랐으니 자격·자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거다. 기업들의 권익을 옹호·대변하는, 133년 전통의 종합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가 선거후 논공행상의 대상이란 것 자체가 적폐다. 정치와 경제 모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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