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바깥미술 두물머리 展
‘두 강 꽃이 피다’ 주제로 한반도 평화의 시대 담아
현대미술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미술이 인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11명의 작가들이 두물머리에서 다시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미술관이 아닌 자연을 속에 열리는 <2019 바깥미술 두물머리 전>이 지난 1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두물머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자연을 정복과 억압과 파괴의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창조와 자율과 해방의 정신을 찾는 젊은 작가들이 지난 1981년 북한강에서 시작된 ‘자연 속 미술전’이다. 해로 벌써 39번째다.
“20대 때 온실 같은 화실을 떠나 일부러 가장 추운 시기를 골라 작업을 하려고 북한강을 찾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 다 되었군요. 설치미술이란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이었죠.” 40년 가까이 바깥 미술전에 참여해 온 임충재 작가의 말이다. 3년 전까지는 가평에서 전시회를 열다, 4대강 사업과 자라섬의 개발에 쓴소리한 덕분에 새로운 둥지를 찾아 이곳 양평으로 옮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 주제는 ‘두 강 꽃이 피다’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하나 되어 한강으로 흐르듯 전쟁의 공포에 떨던 남과 북이 하나 되고, 평화의 시대로 나아 갈 수 있다는 염원도 함께 담았다.
참여작가는 11명이다. 김용민, 임충재, 정혜령, 정하응, 최운영, 김보라, 김선진, 김창환, 이현정, 인민영, 최라윤이 출품했다. 그리고 특별전시로 나무 아동 미술연구모임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작품들은 대부분 전시장인 두물머리에서 작품의 재료를 구했다. 그래서인지 몇몇 작품은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자연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
김보라 작가는 나뭇가지와 천으로 만든 설치작품 ‘달이 없다’를 강변에 있는 나무에 걸었다. “언 강을 보았다. 없어도 있고, 있어도 없는 달을 닮았다. 사는 일, 창작하는 일이 그와 같다”라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창환은 두물머리에 자생하는 마른 덩쿨을 모아 악수하는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이다’라고 제목을 붙인 작품은 어찌 보면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헤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작가가 작업할 때 슬쩍 보니 그의 손에는 역사적인 판문점에서의 두 정상의 사진이 들려있었다.
터널 공사로 벌목된 6m의 참나무와 나뭇가지 철 선으로 만든 빈 새 둥지 모양의 설치작품인 이현정의 ‘구조(救鳥)를 기다리며…’는 떠나버린 새를 찾는다는 의미와 언젠가는 그 새가 우리를 구조할 것이란 희망을 담았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경제성장만을 추구했기에 임충재의 설치작품 ‘나뭇잎’은 푸르러야 할 나뭇잎이 차갑고 날카로운 은색 쇠붙이로 변해 나무속 깊이 파고들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 봄을 향해가는 이 계절에, 두물머리에서는 11명의 작가의 작품과 그들이 던지는 11개의 질문과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두물머리의 풍경이 어우러지고 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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