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시험문제 유출 예방책 ‘상피제’ 실효성 도마위

인천시교육청, 2020년 3월 신학기부터 부모 근무 중·고교에 자녀 배치 차단
일반고 거주지 우선 배정 원칙 위배 학습권 침해 부작용 우려의 목소리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인천시교육청이 오는 2020년부터 상피제(相避制) 도입을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조건 없는 상피제 도입이 일선 교육 현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학생의 학습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제도 정착에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0년 3월 신학기부터 부모가 근무 중인 중·고등학교에 자녀가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한다. 애초 시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상피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하려면 6개월 전 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미뤘다.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상피제 도입이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한 논란과 그에 따른 문제를 차단할 근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친인척 관계나 친분을 숨기는 교사·학생이 많은데다가, 사립학교는 상피제 적용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신제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자, 일부 중3 학부모 사이에선 ‘차라리 사립학교보다 공립학교 진학이 낫다’는 평가마저 하고 있다.

특히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데, 부모가 가까운 학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먼 학교에 가는 건 학습권 침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자녀의 입학을 이유로 멀쩡히 근무하던 교사를 전보시키는 것도 무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의 한 고교 교사는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생님들은 일부러 학교 밖 100m에서부터 따로 걸어오는 등 오해를 사지 않으려 더 노력한다”며 “자녀와 함께 다닌다고 무조건 문제라 치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상피제 도입에 앞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며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인천 지역 46개 중·고교(고 29곳·중 17곳)에서 70명의 교사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학교는 17곳(모두 공립) 26명, 고교는 공립 16곳 21명·사립 12곳 23명 등이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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