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파인 쓰고 싶은데… 일부 유치원 속앓이

한유총 대규모 총궐기대회 개최 일부는 눈치 보느라 사용 못해
“아이들 볼모로 사익 추구” 지적 政 에듀파인 의무도입 강경태세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거부하는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자, 새 학기를 목전에 두고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사익을 챙기려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을 도입하고 싶어도 한유총 ‘눈치’ 탓에 도입하지 못한다며 한숨만 내쉬는 분위기다.

25일 한유총은 국회 앞에서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총 2만여 명(경찰 추산 1만1천여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한유총은 “에듀파인은 국공립유치원처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라며 “에듀파인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만큼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유총 내부에서 집단 휴원이나 폐원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며 ‘결집’을 외치자, 일각에선 오히려 한유총이 지나치게 사익을 추구한다며 투명한 회계 운영을 위해 자성하고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특히 일부 경기도권 사립유치원은 속병만 앓는 모양새다. 이들은 ‘한유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남부권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원장이 궐기대회에 함께 가자고 하니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교육자로서 개원 준비를 제쳐놓고 단체 행동에 나서라니 명백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치원 원장 역시 “에듀파인 관련해 한유총과 의견이 달라 한유총을 떠나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눈치가 보여 발을 빼기가 어렵다”며 “교육자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현재 한유총을 제외한 다른 유치원 단체들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잃어버린 신뢰와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며 에듀파인 도입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정부 또한 이날 ‘사학기관 재무ㆍ회계규칙’ 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내달부터 2020년까지 전국 모든 사립유치원이 단계적으로 에듀파인을 의무 도입하게 하는 등 강경한 태도다. 정부는 에듀파인 사용을 이행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게 정원ㆍ학급 감축, 유아모집 정지, 재정지원 일부 제한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에듀파인 문제로 한유총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립유치원은 경기도 내 150~2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이들 상당수는 한유총 내 ‘온건파’가 설립한 유치원 단체인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로의 이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사협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750여 곳의 사립유치원이 한사협 가입 문의를 해왔고 이미 신청서와 가입비까지 낸 곳도 많다”며 “다들 배신자로 낙인 찍힐까 봐 두려워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유치원이 한유총에서 한사협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와 학부모, 교사가 피해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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