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교안 한국당 새 대표, ‘건강한 보수’ 재건 나서야

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대표로 황교안 후보를 선출했다. 새롭게 당권을 거머 쥔 황 대표와 신임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는 김병준 위원장이 이끈 7개월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내년 제21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2년이다.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함께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새 지도부에겐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결코 쉽지않은 이 과제들을 얼마나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잘 풀어내느냐에 한국당의 명운이 달려있다.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할 지,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채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 지 새 지도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개막과 함께 당권 레이스를 펼쳐온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당초 거론되던 당 대표 후보들이 무더기로 출마를 포기하면서 기대만큼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쳤던 원인이 크다. 사전 선거인단 투표율은 24.6%로, 2017년 7·3 전당대회 때 25.2%보다 다소 낮았다. 민생ㆍ경제정책과 보수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태블릿PC 등 과거 퇴행적인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한국당의 변화를 원하는 보수층에겐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이번 전대를 놓고 ‘한국당이 과거 퇴행적으로 역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한국당의 시계는 아직 ‘탄핵’에 멈춰있다는 것이다.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당의 필승 전략과 미래 비전, 현 정부를 강력히 견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극단적 우경화’로 얼룩졌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많았다.

당 안팎에서 ‘전대 이후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갈 길이 멀다. 새 지도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우파 진영의 재건·통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5·18 폄훼’ 등 당의 우경화 논란을 진화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당장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김진태·김순례 후보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새 지도부의 몫이다.

새 지도부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총선, 지방선거, 대선 등 잇단 패배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보수진영의 회생과 당 혁신, 보수진영의 통합을 이끌어 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제1야당이자 대한민국 대표 보수정당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 건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건강한 집권 세력도 존재한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ㆍ감시하고 민생을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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