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완전한 비핵화 준비 안돼… 여전히 좋은 친구”
철도 연결 등 남북경협 차질, 김정은 서울 답방도 기약 없어
하노이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시계 제로다. 지난해 3월 북·미가 1차 정상회담에 합의한 지 약 260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여정이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회담 이후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시점에 옵션이 여러 개 있었지만 않기로 했다”면서 회담 결렬에 대해 “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 “제재가 쟁점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원했던 부분에 대해선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이유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되어야만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던 북한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북·미 대화가 시계 제로에 빠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외교 역시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전용기 이륙 직후 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번 회담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의 구원투수로 문 대통령이 재등판할지 주목된다.
당장 북미 정상이 일정 수준의 대북제재 완화에 합의되면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비핵화의 입구 단계에서 북미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거나, 앞으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의 토대를 마련해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계획 역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북미 정상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3월 말∼4월 초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 경제 분야를 비롯한 남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됨으로써 남북 정상이 당장은 만나야 할 당위성이 작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이 북미관계에 답보 상태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회생시키는 방안을 찾는 데 다시금 주력할 전망이다. 고비를 맞은 문 대통령의 중재역은 역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 교착상태에 빠진 문 대통령의 중재역은 역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및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원하는 미국과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을 희망하는 북한의 요구 사이에서 ‘주고받기’가 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 다행스러운 것은 성과 없이 결렬됐음에도 북미 간에 비핵화 대화가 지속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리가 포기한 것은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고, 북한과 여전히 좋은 친구”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적극적 중재역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만난 장애물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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