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적지 않은 도민들이 짜증을 냈다. 경기도교육청이 발송한 긴급문자 때문이다. 발송된 문자 내용은 이랬다. ‘<경기도교육청>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가 우려,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돌봄 신청이 가능합니다’. 통상적인 재난과는 거리가 있다. 모두가 쉬고 있는 일요일이었다.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도착한 문자가 주는 불쾌감이 컸다. 인터넷에는 ‘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긴급재난문자에는 나름의 요건이 있다. 긴급성이 있어야 하고,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어야 하고, 불특정 다수가 위험에 놓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사항이었다. 긴급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정부와 이익단체의 충돌이 본질이다. 재난이라고 볼 수 없다. 도민 가운데 유치원생 부모는 일부다. 3일 현재 예상되는 개학 연기 유치원도 전체 7% 정도인 80여개에 불과했다. 다수의 위험이라 볼 수 없다. 여러모로 무리였다.
발송 주체가 야기한 논란도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의 2는 재난문자발송권자를 지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다. 지방교육청은 법규상 지정권자가 아니다. 예외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긴급문자 발송 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외에도 있었다. 경남교육청, 광주시교육청, 충남교육청이 비슷한 내용을 발송했다. 우연한 일치였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논란이 커졌다. 일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제기했다. 한유총의 투쟁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차갑다.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개학연기에는 더 냉랭하다. 혹여라도 정부가 이런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순수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자의 내용, 발송 기관 적격성을 놓고 볼 때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음은 분명했다.
긴급재난 문자는 결코 즐거운 행정 행위가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져야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안 그래도 긴급재난 문제에 대한 불신이 깊다. 정작 절실히 요구될 때는 먹통이었다. 2016년 1월 전라, 제주 지역 폭설 문자 미발송, 2016년 7월 울산 지진 17분 지연 발송, 2016년 9월 경주 지진 8분 지연 발송 등이 기억에 생생하다. 이런 재난문자에 ‘돌봄 신청 안내’라는 사실상의 행정 안내가 적절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도민 모두가 유치원 사태를 걱정했다. 당장 맞벌이 부부나 한 부모 가정이 받는 고통을 보며 안쓰러워했다. 일단 4일 보육대란은 없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지역 유치원 한 곳만이 개학연기에 동참했다. 다행이다. 노심초사했을 교육당국의 노력도 평가한다. 다만, 굳이 긴급재난문자를 통한 접근이 옳았는지는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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