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이슈] GDP와 삶의 질

▲ 문성원 조사역

우리는 방송과 신문에서 여러 나라의 경제력을 비교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을 인용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기간 동안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국가의 생산능력을 측정하는 데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현대적인 의미의 GDP는 1937년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미 의회에 GDP통계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대공황에 직면한 미국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이후 정책결정의 기초로 유용함을 인정받아 국제적인 체계인 국민계정체계(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s)로 완성됐다. SNA는 경제여건이 변하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 계속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인 2008 SNA에서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오락ㆍ문학작품, 예술품 원본 등의 무형 지식재산생산물까지 포괄범위를 넓혔다.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보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을 사용한다. GNI는 GDP에서 임금, 이자, 배당 등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을 가감해 산출하며 국가의 경제영역 내에서 국민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2000년 1만 1천865달러에서 2017년 2만 9천745달러로 2.5배 정도 증가했다. 그렇다면 1인당 GNI가 증가한 만큼 우리 삶의 질도 개선된 것일까?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은 부유한 국가의 행복지수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며,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로 불리는 이 주장은 GDP(1인당 GNI)가 삶의 질을 대변한다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GDP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있어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주부의 가사서비스, 여가 등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포괄하지 못할 뿐 더러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도 제외한다. 또한 계층 간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지 못해 소득불평 등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스털린의 역설 이후 삶의 질이 소득뿐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 등 다차원으로 파악돼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해 여러 지표가 개발됐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구성된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GDP의 개념을 확장한 위 지수들은 삶의 만족도 같이 주관적인 항목을 포함하고 있기에 통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예외적인 현상에도 소득이 행복의 가장 주요한 결정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최근의 추세는 GDP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지표를 활용해 보완하려는 쪽이다. 거시통계인 GDP에 다양한 종류의 미시통계를 연계해 가계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통계청)’을 통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처음으로 평가하는 등 GDP를 보완하여 개인 삶의 질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는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문성원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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