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무방비 노출된 특수직업군의 애환
용인 민속촌 거리 공연단원·과천 경마장 매표소 직원 등
야외 근로자, 고객 응대 때문에 마스크 착용 어려워 고통 감수
“호흡하기조차 버겹지만... 고객을 위해서라면 마스크는 ‘사치’입니다”
‘숨 쉬는 것 조차 고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의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잿빛으로 물든 이 시기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마스크’ 하나 없이 외부에 그대로 자신을 노출시킨 이들이 있다. 바로 고객을 맞이하는 각양각색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미세먼지의 습격이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5시 용인 한국민속촌.
급격히 치솟은 미세먼지 농도 속에서도 마스크 하나 없이 얼굴에 사냥꾼 분장을 하고 대기 중인 30대 남성. 곧 시작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김씨(32)였다. 평소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에게 이 같은 환경조건에서 마스크는 필수지만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마스크는 결국 김씨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날 과천 한국마사회 매표소.
최악의 환경에서도 경마장을 찾은 수만의 인파들은 하나같이 짠 듯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매표소에서 마권을 구입하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매표소 직원 최씨(20대ㆍ여)는 준비한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못한 채 몰려드는 손님 응대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마권을 구입하며 이것저것 수시로 질문하는 고객들에게 마스크를 쓴 채 정확한 설명을 드리는 게 쉽지가 않다”며 “오히려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화만 돋우는 상황이 몇 번 생겨 이제는 마스크 착용은 접었다”고 씁쓸히 웃어보였다.
이 외에도 한국민속촌에서 공연 사회를 맡는 이씨(26)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 출발 신호를 보내는 권씨(26ㆍ여)도 고객들에게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그 흔한 마스크 하나 없이 재앙 수준이라 불리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이씨는 “사회자 역할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확한 발음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라며 “직업특성상 어쩔 수 없이 마스크 없이 야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도권과 충청권, 제주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5일째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발생했다.
이연우ㆍ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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