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대단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 현악 사중주의 악기 구성 등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바흐나 모차르트 음악에 매혹되는 일은 즉자적 반응에 가깝기 때문이다. <클래식 브런치>(부키刊)의 저자 정시몬은 클래식 감상이란 별다른 내적 성찰, 정서 함양 없이 우리 일상 속 여유와 격조를 제공하는 ‘맛깔 나는 브런치’와 같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정반대로 무거운 ‘디너(dinner)’처럼 생각한다. 주요 이론과 음악 사조를 다 알고 있어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정찬처럼 여긴다는 것. 이는 클래식 음악에서 더욱 멀어지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클래식 음악이란 17세기부터 약 300년간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곡가들이 창조한 음악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한 명의 ‘감상자’로서 살펴본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클래식 분야에 넓게 알려진 전문가도 아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오랜 시간 클래식 음악을 즐긴 감상자로서의 가진 자격 덕분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아무나 감상할 수 없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안타까워하며 아주 당연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책을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시대를 풍미한 음악가들을 쉽고 독특하게 해석한다. 원하는 바를 얻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음악의 장인(바흐)’,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보여 준 ‘벤처 음악아(헨델)’, 널리 알려진 괴팍한 이미지와 달리 놀라운 만큼 ‘정상적인 인격의 소유자(모차르트)’, 삶의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탐닉할 줄 알았던 ‘반전남(베토벤)’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저자는 전문 음악가, 소수 마니아들만 즐기도록 두기에는 클래식이 아까운 예술이라고 말하며 독자에게 클래식 장르를 쉽게 전달한다.
책은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클래식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일은 그들이 한 음표씩 심혈을 기울여 이룩해낸 걸작들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값 1만8천 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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