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각 대학에 부실학회 참가자 징계 요청을 했다. 터키 와셋(WASETㆍ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과 인도 오믹스(OMICSㆍ오픈 엑세스 과학 논문 출판사 및 학회)에 참가한 교수에 대한 징계 요청이다. 징계 기준으로는 참가 횟수가 획일적으로 적용됐다. 1회 참가는 주의ㆍ경고, 2~6회 참가는 경징계, 7회 이상은 중징계다. 교수를 포함해 1천300명 정도가 여기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교수들은 물론, 대학들도 반발한다. 징계의 기준이 지나치게 기계적이다. 방문하는 교수에 따라 고의성이 다르다. 횟수만으로 죄(罪)의 경중을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논문 발표 등의 성과를 성실하게 만들어낸 교수들도 있다. 연구자에게 논문은 학문연구의 영역이다. 기본적으로 학문 연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시쳇말로 보면 학문에 들이댄 음주운전단속식 기준이다.
처벌 근거도 이견이 있다. 국제학회 참가경비가 지원되는 국제학술대회에는 인정 기준이 있다. ‘4개국 이상 참여, 총 구두발표논문 20건 이상 등’이다. 문제가 된 와셋 산하 학술대회 대부분은 이 기준을 충족한다. 정부가 지키라고 규정해놓은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런 학회를 정부가 갑작스레 부실학회로 단정했다. 그리고 참가자를 징계하라고 요청했다. 기준을 정해놓은 정부는 잘못 아닌가.
부실학회가 이 두 학회 말고 없냐는 논란도 있다. 자연스레 ‘부실’을 결정한 교육부로 눈길이 간다. 작년 7월 교육부는 ‘학문의 발전보다는 참가비 수입 등 영리적 목적이 강해 발표 또는 심사과정을 부실하게 운영하는 학술대회’라고 부실 학회를 정의했다. 현장에서는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부실학회는 더 많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도 인정한다. ‘인력이 부족해서…’라며 감수 한계를 시인한다.
교육부는 ‘자정(自淨)’을 강조한다. 무조건 반발보다는 자정 작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일벌백계로 삼는 것이니 잠자코 승복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각종 징계를 받는 당사자들이다. 학자로서의 명예와 미래가 걸렸다. 경우에 따라 ‘부실 학회 참가자’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 기준도 애매하고, 근거도 미약한 징계를 일벌백계라며 받아들일 이타적 교수가 몇이나 될까.
그 징계는 이제 각 대학의 현안이다. 대학마다 징계를 둘러싼 잡음이 크다. 이의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소송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학회 참가라는 학계의 잘못과 부실 징계 요청이라는 국가의 잘못이 빚어낸 엉뚱한 학계 소모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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