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가원수 모독 유감”·민주당 “국회 윤리위 회부”
한국당 “연설 도중 민주당 고성·퇴장 사과해야” 맞서
정치권, 비판과 7개 대안에 주목… ‘대안정당’ 부각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청와대도 유감을 표하고 나서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함께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며 ‘대안정당’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와 민주당과 한국당 간 가파른 대치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한국당이 강력 반발한 데 이어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여당의 강력 반발로 3월 국회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나 원내대표가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라고 말한 것에 대해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연설 도중 연단 앞으로 뛰어 나가 강력하게 항의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것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면서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인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도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한정우 부대변인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민주당이 고성, 퇴장 등으로 항의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내용은 외신의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면서 “그런 소리를 듣지 않도록 대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연설의 담긴 뜻이자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요청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나 대표 발언의 어떤 부분이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말인가” 반문하며 “국가원수 모독죄는 없어진지 이미 오래됐다. 도대체 이해찬 대표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이날 “이유와 논리가 있는 비판, 대안이 있는 반대를 하겠다”며 제시한 7개의 대안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의 입장과 간극이 커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이 직접 ‘대북특사’를 파견해 김정은 정권에 “정말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하고 획기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원탁회의’ 개최, ‘국민부담 경감 3법’(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지방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제안, 대통령과 각 원내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로 구성된 ‘국론통일을 위한 7자 회담’ 등도 시선을 모았다.
김재민·정금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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