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따로 없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9일간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무능을 탓하기도 지쳤다. 모든 국민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판이다. 주원인이 중국이라면서 구체적 자료도 제시 못한다.
지난 6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마치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반박이라도 하듯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충분한 근거가 있느냐”며 “한국 관리들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전문적인 뒷받침이 있는지” 지적하며 비아냥거렸다.
‘미세먼지 지옥사태’를 보면서 국민은 ‘국가는 과연 내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한다.
국민은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확한 국가적인 통계조차 없다는 데 절망하고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거기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데 정부는 지난 1월 미세먼지 발생 당시 ‘국외’ 영향이 ‘평균 75%’라고 발표했다. ‘중국’이라고 제대로 말도 못한다. 이러니 무슨 대책이 나오겠나.
미세먼지에 지친 국민에게 또 하나 절망적인 뉴스가 전달됐다. 중국 석탄발전소가 작년 한 해만 78기 새로 가동해 2천927기가 됐다는 국제환경단체의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신규 발전소의 상당수가 서해에 면한 중국 동부에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허황하기 짝이 없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대형 공기정화기를 도심에 설치해 먼지를 저감시킨다는 둥 중국과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는 둥 한심한 소리만 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에 질세라 건물에 특수 페인트를 발라 미세먼지를 흡착시킨다는 정신 나간 말들만 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로 지탄받는 중국이 도리어 국제무대에선 대기질 관리를 인정받고 있다. 9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중국 베이징이 다른 도시들에 모범이 되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콜록대는 우리보다 중국은 미세먼지 외교전에서도 우리를 앞서 나가고 있다. 탈원전하느라 화력발전소의 재가동으로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12일 문 대통령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 범국가기구’를 수용하면서 청와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기구를 이끌어 줄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은 넘기면서 반 총장의 외교적 역량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만약 미세먼지가 일본에서 왔다면 과연 이럴건가 라는 위선적인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중국에 비굴하면서 무슨 문제를 해결하겠는가. 재난 알림 문자만 보낼 것이 아니라 비상저감조치의 선진국 수준 강화와 탈 원전을 재고하고 석탄화력 발전의 획기적 감소, 정확한 배출요인의 파악, 중국 정부에 대한 당당한 요구, 미국·일본·러시아·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국제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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