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지모도는 꼽추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노트르담 성당 돌계단이다. 부주교 프로로가 키웠다. 흉측한 모습을 감추고 살았다. 성당의 종을 치는 게 일이었다. 성당 광장에 에스메랄다를 봤다. 춤추는 집시 처녀다. 프로로가 납치해오라고 시킨다. 경비대장 페뷔스에게 발각된다. 콰지모도가 대신 감옥에 갇힌다. 채찍질로 만신창이가 된다. 에스메랄다가 돌봐준다. 이 일로 콰지모도는 그녀에게 모든 걸 바친다.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와 사랑을 나눈다. 이를 염탐하던 프로로가 페뷔스를 죽인다. 에스메랄다가 죄를 뒤집어쓴다. 힘없는 집시 여인의 편은 없다.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콰지모도가 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역시 힘없는 인간이다. 결국, 에스메랄다는 처형됐다. 광장 교수대에 그녀가 매달렸다. 이를 보며 콰지모도가 소리친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다”. 세상 부조리를 향한 힘없는 자의 절규다.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배경은 노트르담 성당이다. 고딕 양식의 종교 건물이다. 높은 도덕성의 상징이다. 주인공이 종탑에서 일한다.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각이다. 광장에는 귀족들이 축제를 벌인다. 폭도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죄수들이 죽어나간다. 인간사 온갖 군상이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선택을 짐작할 수 있다. 가증스러운 지도층의 이면, 소외된 인간의 고통, 사라진 국가의 정의…. 이를 표현하기엔 더 없는 배경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1163년 착공됐다. 완공은 1345년이다. 1790년대 들어 홍역을 치렀다. 프랑스 혁명에 의해 구시대 유물로 규정됐다. 성당의 종은 대포를 만드는 데 쓰였다. 28개의 ‘유다의 왕들’은 목이 잘려나갔다. 성당 자체가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1831년, ‘노트르담의 꼽추’가 출간됐다. 빅토르 위고가 말했다. “기념물에는 왕에 대한 기억과 민족의 전통이 모두 붙어 있다.” 대대적인 복원이 시작됐다. ▶15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에 탔다. 96m 높이의 첨탑까지 무너져내렸다. 비보를 접하며 꼽아 보는 숫자가 있다. 188년 전에 노트르담의 꼽추가 출간됐다. 그 직후 복원이 시작됐다. 복원부터 화재까지 대략 180년이다. 착공부터 완공까지도 대략 180년이었다. ‘엮어 넣기’인 줄 잘 안다. 그런데도 자꾸 계산을 맞춰본다. 아마도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위대한 건축물을 잃은 아쉬움, 그와 함께 위대한 작품의 배경이 사라진 아쉬움.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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