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간도, 그리고 현재의 우리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기미독립선언서에 담긴 이 구절은 3·1운동에서 조선인들이 희구했던 가치는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만든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오자는 말은 당대 조선인들의 눈에 비친 자연스럽지 않은 세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보자는 선언은 아니었을까? 남녀노소 모두가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자는 구절은 자연스러운 것이 특별한 것으로 치부 받게 된, 평화롭지 못한 세상에 대해 마음 앓이를 표현하는 듯하다. 3·1운동에서 낭독된 이 글귀가 우리 마음에 와 닿는 까닭은 오늘 날 자연스럽지 못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싶은 우리의 마음 때문은 아닐까?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학생들과 간도에 다녀왔다. 간도는 조선인들이 먹고살기 위해 이주했던 곳이자 일제강점기 무렵부터는 독립 운동가들이 독립과 자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독립 선언서에 담긴 마음으로 간도 땅을 비추어보면, 삶의 터전을 일군 이주민 조선인들과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저항했던 독립 운동가들이 남긴 간도 땅의 흔적은 삶의 평화를 희구했던 사람들의 생생한 고민으로 다가온다.

간도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비롯해 독립운동 과정에서 일본과 전투를 치룬 터가 남아있지만 전투의 승리가 곧 민족의 우월감으로 자리 잡는 것은 경계해야 함을 알기에, 전적지보다는 익히 우리가 잘 아는 몇 명의 인물들이 마음이 담긴 장소에 눈길이 간다. 바로 명동학교. 엄혹한 세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고민을 되 뇌였던 윤동주, 몇 해 전 영화 ‘동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송몽규, 보편적 가치를 담은 신학과 세상의 민주화를 위해 부단히 헌신했던 문익환. 모두 명동촌에서 자랐고 명동학교를 거쳤다. 특히 시인 윤동주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편의 시로 남겼다. 그의 마음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불을 켜둔 병원 같았는지, 자신에 대한 고뇌를 애석하게 이야기하지만,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에 따뜻한 불씨를 품도록 만든다. 그가 다녔던 명동학교와 그의 생가 터를 둘러보니, 평화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간도 사람들의 땅이 내가 보내온 현실을 성찰하는 시간들로 변해 다가온다.

나와 함께 한 학생들에게는 이번 답사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학생들도 저마다 자신의 시선에서 100년 전 간도 땅에 지냈던 사람들의 고민을 되 뇌이며 거리를 거닐지 않았을까? 함께 거리를 걸으며 했던 각자의 생각이 오늘 날 우리들의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으로 비추어졌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의정부고교 역사교사 맹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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