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빗장’ 풀린 건강기능식품… ‘가짜 상품’ 범람 우려

대형마트·백화점, 관할 지자체에 판매 사전신고 의무 폐지
수입식품 인터넷 구매대행업자는 집에서도 영업 가능해져
표시·광고 사전심의도 폐지… 녹색소비자연대 “시민 건강 위협”

오메가3ㆍ종합비타민ㆍ단백질보충제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가짜 식품’까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건강기능식품의 제조ㆍ판매 등 규제 빗장을 풀어 연관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앞으로 모든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마친 허가받은 사업자에 한해서만 판매가 허용됐는데 이 같은 사전신고 의무가 폐지된 것이다.

이에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유통소매점의 한숨은 깊어졌다. 수원에서 홍삼을 판매하는 한 전문매장 관계자는 “그나마 사전신고 제도 덕분에 우리 같은 자영업자가 ‘명절 특수’ 등을 노려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이젠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입식품 인터넷 구매대행업자에 대해 ‘집(주택)’에서도 영업이 가능토록 했다. 종전까진 일반 수입업자와 동일하게 사무실ㆍ창고를 반드시 갖췄어야 했다.

또 수입식품 원료의 임상시험 결과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부분도 개선해 동일한 내용의 SCI등급 논문만 제출하면 문제가 없게 했으며, 동물실험 결과 등에 대한 광고도 허용토록 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허용범위도 확대해 표시ㆍ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 문턱이 단숨에 낮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불완전한 식품 또는 허위ㆍ과장된 건강식품이 범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건수는 2013년 162건에서 2017년 680건으로 늘었고, 2016~2018년 3년 동안 SNS에서 적발된 허위ㆍ과장광고 중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36.3%에 달하는 상황에서 고강도 규제가 한꺼번에 풀려 문제가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 한 지역본부 관계자는 “인증되지 않은 업체와 인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함부로 취급하면 소비자 건강에 위협이 된다. 이에 대한 위험부담이 이제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 셈”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는 좋지만 적어도 허위 표시ㆍ광고에 대한 처벌기준을 식품위생법상 ‘식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춘 것을 개선하는 등 처벌법이라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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