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 오히려 손해” 위기의 편의점 고육지책

가맹본사 무분별 점포늘리기 ‘과당경쟁’
한집건너 편의점 기현상 ‘매출 뚝’ 부채질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 ‘이중고’
시민 한밤중 소화제 사러 갔다 ‘헛걸음’

“편의점에서 24시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말도 다 옛말이 되어버렸네요.”

23일 오전 1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동 한 주택가 인근 G 편의점.

긴급히 상비약이 필요해 집 주변에서 편의점을 찾던 A씨(36)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정이 지나자 이곳 다세대 주택들 사이에 있는 편의점 3곳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편의점 하면 ‘24시’란 공식이 깨진 셈이다.

A씨는 “최근 들어 새벽에 문을 연 편의점을 찾아보기가 부쩍 어려워진 것 같다”며 “새벽에 갑자기 속이 불편해 소화제가 필요하거나 급하게 물건을 사야 할 때 갈 곳이 없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주가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현상은 이곳 뿐만은 아니었다.

이날 같은 시각 연수구 선학동과 계양구 계산동 주택 밀집지역 일대도 자정이 지나자 문을 닫은 편의점이 눈에 띄었다.

선학동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43)는 “최근 24시간 (편의점) 영업을 고수하는 점주들이 많이 줄었다”며 “보다시피 손님도 없는데 인건비는 큰 폭으로 올라 밤늦게까지 영업을 해도 남는 게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24시간 운영을 점점 꺼리는 추세다.

전국편의점가맹점 협회 회원들은 이 같은 현상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과 편의점 가맹 본사의 무분별한 개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6천470원에서 올해 8천350원으로 29% 뛰어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편의점의 심야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급격히 늘어 경쟁이 과열된 상황인데 지난 2년간 최저임금까지 가파르게 올라 편의점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고려해 심야영업을 중단하는 쪽이 매출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점주의 경우 심야영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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