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전문 연구년제 교사로 지내면서 교사의 자율성과 성장의 연결지점에 대해 고민해 왔다. 전문 연구년제는 연구년 교사들이 1년 동안 학교 밖에서 현장중심 연구실행 활동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과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다. 연구년을 통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함양하고 그 전문성이 학교역량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2014년 시작해(2015년 제외) 2018년까지 이어졌으며 작년은 100명 정도의 교사가 연구년제를 했었고 필자 또한 혁신학교 분야에서 교직의 삶 가운데 다시 경험해 보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
먼저, 교직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서 시간과 복무에 대한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학교혁신과 혁신학교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른 실행연구를 하고자 했다. 다양한 혁신학교를 들여다보고 컨퍼런스를 참관하며 각 지역의 혁신학교네트워크 방문을 통해 학교 안 또는 속한 지역 안에서만 갇혔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교육청과 학교 현장을 지원함으로써 쌓은 경험들은 그 동안 학교 안에서는 펼치지 못한 활동들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자발성에 기인한 것들이었다.
또한, 교육 분야 외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교직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학교 밖에서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일과시간 동안에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년이라는 시간이 확보됨에 따라 시간과 거리에 따른 제약이 줄어드니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교사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교직을 학교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년은 교사 개인의 삶을 스스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관료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학교에서 교사들은 시간에 대한 엄격한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엄격하고 규격화된 틀을 벗어나 오로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교사인 우리가 성찰적 삶을 스스로 살아갈 때 아이들에게도 삶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내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고 연구년을 하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고, 학교의 변화는 교사의 변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또한 혁신교육의 지속성을 위해 교사의 혁신 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의 발전, 학교역량강화를 위해 교사의 전문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써 연수, 워크숍, 포럼 형태로 다양한 장에서 교사들을 참여토록 한 이유이다.
하지만 필자가 연구년의 삶을 살면서 느꼈던 것은 이 모든 것이 교사의 자발성 없이는 내면에 스며들기가 어려우며, 자발성은 교사의 자율성, 자기결정권 없이는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로는 학교와 교육청에서, 때로는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필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했던 모든 경험과 그로 인한 내적 성장은 다시 학교로 돌아간 현재, 교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제가 됐다.
연구년제는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 어떤 정책과 교사역량 프로그램도 이처럼 교사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재충전의 시간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율적인 선택을 통해 얻게 된 성장은 학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도혜림 화성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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