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메이데이(May Day)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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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환경과 적은 보수에 시달리던 미국의 노동단체는 8시간 노동 실현을 위한 총파업을 결의한 후 1886년 5월1일을 1차 시위의 날로 정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틀 후 3일 시카고에서 21만 명의 노동자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창립대회는 이를 기념하고자 5월1일을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는 세 가지 연대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5월1일 메이데이를 기념해 오고 있다.

한국은 1923년 5월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2천여 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의 행사를 개최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주도 하에 노동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정부는 1958년부터 대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 창립일인 3월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치러오다 1963년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그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어 기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64년에는 미국처럼 5월1일을 ‘법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이후 노동단체들은 근로자의 날 의미가 왜곡되고 그 명칭마저 바뀐 것에 반발, ‘5월1일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투쟁을 계속했다. 그 결과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4년부터 근로자의 날은 3월10일에서 다시 5월1일로 변경됐으나, 그 명칭은 노동절로 바뀌지 않고 ‘근로자의 날’ 그대로 유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 130년 전에 투쟁했던 8시간 노동 시간 실현이 대한민국에서는 주 52시간 시행으로 지금에야 이뤄지고 있다. 세계 노동절 129주년인 1일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등의 집회 및 행사가 열렸다.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근무 환경 개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나 많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대기업 노조와 거대 공공노조 대표들이 장악하고 있다. 진짜 힘없는 노동자들은 얘기할 곳도 항변할 곳도 없다. ‘메이데이(May Day)’는 국제적 긴급 구호 신호로도 사용된다. 메이데이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힘 없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날이어야 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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