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과 재벌 3세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마약 범죄가 화제다. 마약은 과거 유흥업소 종사자 등 일부에서 투약됐지만 이제는 미성년자와 학생, 회사원, 가정주부 등 일반인으로 확산됐다.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어 마약사범이 크게 늘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천174명이던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천123명으로 45.4% 증가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2천613명이지만 단속망을 피한 마약사범은 34만여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성수 세명대 교수의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이 28.57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수율은 범죄가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이 인지해도 용의자 신원미파악 등으로 해결되지 않아 공식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수치다. 수사기관에선 마약류 범죄 암수율을 10배 정도로 추산해왔으나 박 교수가 도출한 암수율을 적용하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최대 40만명선이다. 박 교수는 “연간 1만여명 수준인 적발 건수에 의존해 암수범죄를 10배 정도로 추정해 마약류 범죄를 다루다 보니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마약류 범죄 암수율을 적어도 30배로 산정해 마약관련 수사 및 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은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를 파괴시킨다.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단속이 필요하다. 치료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실정은 처벌만 있고 치료는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약 중독자의 재활치료를 돕기 위해 전국에 마약류 치료보호지정기관 22곳을 지정했다. 경기도에도 3군데 있다. 본보가 3곳 지정병원을 점검한 결과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원 직원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병원 어디에서도 마약류 치료보호지정기관이라는 문구나 안내판을 볼 수 없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마약 치료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정부는 마약사범 검거에만 치중했지 치료·재활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마약 처벌은 있으나 치료 매뉴얼은 없다. 때문에 재범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마약사범이 치료받지 않으면 다시 마약에 손댈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마약안전기획관은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소속이던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를 아래에 두고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불법 마약류 감시체계 운영을 전담한다. 역시 마약중독자를 위한 치료·재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마약사범 검거도 중요하지만 마약중독자 사회 복귀를 위한 치료·재활 정책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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