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동승자 남편의 '모르쇠'…배우 사망사고 수사 장기화

유일한 동승자 남편의 '모르쇠'…배우 사망사고 수사 장기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배우와 관련, 유일한 동승자인 남편이 아내가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포경찰서는 20대 여배우가 새벽 시간에 고속도로 편도 3차로 한복판에 자신의 벤츠 차량을 세우고 내렸는지를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으나 블랙박스 녹음기능이 꺼져 있었던 데다 동승자인 남편의 모르쇠 진술로 사고 경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배우 A씨(28ㆍ여)의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해 부부가 나눈 대화를 확인하면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애초 녹음기능이 꺼져 있었던 탓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유일한 동승자인 남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A씨의 남편은 경찰에서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고속도로 편도 3차로 한복판에 아내가 차량을 세운 이유를 모르겠고, 술자리에서 아내가 술을 마셨는지 못봤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기대했던 남편으로부터 설득력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자 A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남편이 사고 전 술을 마신 영종도 주점 관계자와 동석자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차량 내에서 잠을 자던 상황이 아니고서야 왜 2차로에 차량을 세웠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남편 진술이 상식선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술자리에 함께 있던 아내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를 못 봤다는 이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음주운전 여부뿐 아니라 차량 고장 여부, A씨 사망 시점, 택시기사의 전방주시 태만 여부, 과속 여부 등을 모두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 52분께 김포시 고촌읍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 방향 개화터널 입구에서 택시와 올란도 승용차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A씨는 사고 직전 자신이 몰던 흰색 벤츠 C200 승용차를 편도 3차로 한복판에 세운 뒤 차에서 내렸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양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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