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아이보다 더 사는게 제 소원이에요.”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초원이(조승우)를 둔 엄마 경숙(김미숙)의 대사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홀로 남겨지게 될 자식을 향한 걱정과 모정이 섞인 대사로 수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현실이 영화보다 무겁고 가혹하다는 말처럼 우리 주변에도 장애를 가진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길 바라는 부모가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거주하고 있는 박재연(49)ㆍ오민기(13ㆍ이상 가명) 모자의 이야기다.
민기는 생후 2개월째에 폼페병 진단을 받았다. 폼페병은 당원축적질환이라 불리는 병으로 체내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하지 못해 당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근육 손상을 야기한다. 아울러 뇌병변까지 겹쳐 침대에만 누워있을 수 밖에 없어 발목과 손목이 꼿꼿이 세워져 있지 않고 쳐져있는 상태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현희 활동보조사가 하루 8시간씩 전반적인 집안 생활을 도와주고 김유진 재활치료사가 주 2회 1시간씩 볼과 턱에 전기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어머니인 박씨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에 한번씩 기계로 민기의 가래, 침, 콧물을 빨아내고 몸 구석구석을 소독한다. 또 목에 달린 관을 통해 산소릍 투입하고 위에 위치한 관으로는 영양액을 투여해 민기의 홀로서기를 돕고 있다.
주위의 도움과 어머니 박씨의 눈물겨운 정성 덕분에 민기는 최근 들어서 입모양과 눈빛으로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민기의 상태 호전과 별개로 주위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어머니 박씨가 장애인수당, 간병비, 재단 후원, 수급비 등으로 받는 금액은 매달 150만 원에 불과하나 고정 치료비만 18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매달 폼페병 효소 치료를 위해 서울로 갈때 사설 응급차 이용비만 50만 원에 이르고 재활 및 효소치료 비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칼슘섭취에 따른 결석 발생으로 결석제거와 패혈증으로 고생해 지난 11일에 퇴원했다. 매번 섭취하는 영양액에 칼슘이 들어있는데 민기가 운동을 할 수도 없고 햇빛도 보기 힘든 상황이라 체내에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머니 박씨는 민기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를 소망하고 있다. 관절염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활동보조사가 가사까지 도와주고 있는데다 매일 새벽마다 민기의 건강을 체크해야 해 몸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민기를 낳기 전인 4~5년 전 민기의 형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도 폼페병으로 생후 18개월만에 잃었고, 민기의 투병 중 남편이 집을 나가 10년째 연락두절이 됐음에도 민기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라도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투병생활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졌고 현재 살고 있는 LH 전세주택도 문과 골목이 좁고 계단 높이도 위험해 애로사항이 크다”며 “민기 모자를 향한 이웃들의 사랑이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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