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기업 ‘화웨이 절교’ 대응책 마련 분주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ITㆍ전자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ITㆍ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통상전쟁 및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경우 직접적인 실적 감소는 물론 화웨이와 무관한 다른 사업 및 현지 생산ㆍ판매 법인 운영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화웨이와 사업적으로 가장 얽혀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와는 3년간의 특허 분쟁 후 지난 2월 말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관계를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 7천700억 원) 가운데 17.7%(43조 2천100억 원)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최근 ‘화웨이 때리기’의 최대 승자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타깃 고객층’이 달라서 삼성으로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큰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화웨이 사태의 ‘불똥’이 실적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올 1분기 매출(6조 7천700억 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7%(3조 1천600억 원)를 중국이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의 37%(8조 7천200억 원 중 3조 2천600억 원)에 비해 10%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와 충칭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LG는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지만,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중국 가전ㆍ휴대전화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61조 3천417억 원) 가운데 중국 비중은 3.9%(2조 3천694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휴대전화 공장을 중국 현지에 두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경제 논리만 적용할 경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과의 거래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향후 사태 추이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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