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동부지검 특수부

“만약 이 수사에 실패한다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록히드 사건 수사 동경지검 특수부 검사.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당신들은 사표 쓸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라”-록히드 사건 수사 당시 후세 다케시 검찰총장.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독직 사건은 적발되지 않더라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지만 그것이 만연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한다”-동경지검 특수부장 가와이 노부타로. ▶책 ‘동경지검 특수부’ 속 명언이다. 검사들의 활약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정ㆍ재계 거대 악을 퇴치하는 검찰상이 그려진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일본 검찰의 상징이다. 1976년 ‘록히드 뇌물 사건’을 수사했다. 집권 자민당 거물, 다나카 카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했다. 이후 1980년대 ‘리쿠르트 사건’, 1990년대 ‘사가와규빈 사건’도 수사했다. 그때마다 정권이 주저앉았다. ‘책’은 이런 동경지검 특수부 명성을 더 끌어올렸다. ▶올 들어 가장 주목받는 검찰이 있다. 서울 동부지검(한찬식 검사장)이다. 형사6부(특수)가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했다. 문재인 정권이 수사대상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다. 청와대 주변인들까지 샅샅이 뒤졌다. 전 환경부 장관 영장 청구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구악(舊惡)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곳도 동부지검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조사했고 구속했다. 많은 이들이 ‘동경지검 특수부 같다’고들 말한다. ▶때마침 드라마에도 동부지검이 등장한다. MBC ‘검법남녀’의 배경이 동부지검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검찰 활약상을 그렸다. 등장하는 차장검사, 검사, 수사관이 모두 동부지검 소속이다. 시즌 2 방영을 앞두고 ‘동부지검팀 다시 뭉쳐’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옛날, 동경지검 특수부는 책을 통해 명성을 인정받았다. 지금, 동부지검은 드라마를 통해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래저래 쏠리는 관심이 많다. ▶물론 달리 볼 구석도 있다. 동경지검 특수부 위상이 옛날 같지 않다. 독직 사건 이후 신뢰를 많이 잃었다. 김학의 전 차관 수사도 직제상으로는 동부지검과 관계없다. 동부지검 청사에 마련된 별도의 수사단에서 하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에겐 ‘동부지검 특수부’다. 가장 세고, 가장 바쁘고, 가장 강직한 검찰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동부지검 검사장은 언론의 취재 대상 1호다. 그를 통해 뭔가 ‘특별한 신호’를 감지하려고 한다. ‘책’ 동경지검 특수부 속 멋들어진 명언을 기대한다. 하지만, 한찬식 검사장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흘러나온 말이 이거다. “검사가 법대로 하는 거지 뭐…”. 어찌 보면 가장 검사다운 답변이다. 인사철이 올수록 그를 주시하는 여론이 많다.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좌천’ 인사를 우려한다. ‘권력을 건드린’ 검사에 대한 보복인사가 그만큼 많았던 검찰역사 때문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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