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를 관람했다. 플라시도 도밍고(Plcido Domingo)가 주연이고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이 지휘했으며 뉴욕메츠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제작한 대작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대한 응답으로 레바인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한 번 더 연주했다. ‘날아라 생각이여 황금빛 날개를 달고(in catene, soggetti a lavori forzati, Va, pensiero, sull’ali dorate)’로 시작되는 주옥같은 멜로디였다.
세계적인 세 테너(Three Tenors) 중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는 타계했고, 까레라스(Jos Carreras, 1946~)는 건강상 이전 같지 않지만, 도밍고(1941~)만큼은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공연 당시 도밍고는 76세였다.
나는 이 성악가가 어떻게 노령에도 최상의 목소리를 유지해 ‘완벽한 아리아’를 불렀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레바인, 도밍고, 그리고 메츠오페라의 총책임자인 겔브(Peter Gelb)가 나눈 대화에서 풀 수 있었다.
레바인: 오페라라는 예술의 형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세상의 종말은 아닙니다.
도밍고: 나는 마음속에 노래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 부른 적은 있지만, 완벽하게 노래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겔브: 이토록 오랫동안 노래 부를 수 있는 장수의 비밀(secret of longevity)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도밍고: 오페라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나는 피아노로 그 곡을 쳐보긴 해도, 곡을 잘 알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레바인: 성악가가 목소리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페라의 아리아는 목소리가 아닌 머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외과의사인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너는 너의 계획대로 정확하게 수술을 수행하고 있는가?”
수술은 치밀하게 계획된다. 수술 전날 침실 천장은 수술대가 되고 형광등은 무영등이 돼 절개를 가하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가상의 수술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수술실에서는, 도밍고가 말한 것처럼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는 될지언정, 의도한 대로 100% 똑같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박사(Harold Gilles)가 78세까지 집도했다는 ‘장수의 역사’를 떠올리며, 고령에도 어떻게 그 수술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첫째, 성악가가 목소리를 아끼듯 외과의사는 눈을 아껴야 한다. 둘째, 기본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수술은 단순히 ‘손의 일’이 아니라 ‘뇌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Hwang K. The Aging Surgeon and the Secret of Longevity. J Craniofac Surg. 2019;30(1):12”를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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