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남북접경위원회’ 사실상 제안… “전염병, 병충해 등 함께 대처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접경기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경위원회’의 설치를 사실상 북한 측에 제안했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 참석,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1970년대 독일에 설치된 동서독 접경위원회가 동독과 서독의 소통을 강화한 것처럼 남북 사이에 접경위원회가 남북 간 신뢰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며 “이런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돼 국민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동서독은 1972년 기본조약 이후 추가의정서를 통해 접경위원회를 설치했다. 접경위원회는 동독과 서독이 맞닿은 경계선을 중심으로 화재ㆍ홍수ㆍ산사태 등 자연재해, 환경오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분단 상황에서도 동서독 간 필요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으며, 이는 통일 과정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위원회가 가동될 경우 한반도 평화정착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 무력 충돌 등 분쟁위협이 현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이미 남북은 9ㆍ19 군사합의에 따른 전방 GP(감시초소) 철수 등 접경지역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재해 공동대응 등 협력까지 이뤄진다면 군사적 긴장이 더욱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언급한 ‘국민을 위한 평화’의 관점으로 봐도 접경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그 역할이 적지 않으리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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