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이 부른 ‘붉은 수돗물’

지난달 30일 수계 전환 과정서 수압조절 실패·노후상수도관 방치
민원 대응 과정도 허점 드러나 朴 시장 “안일한 현장대응” 사과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 및 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 및 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는 성급한 상수도 수계전환과 수압조절 실패, 노후 상수도관 방치 등 인천시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사태 발생 후 민원 대응과 재정 지원 과정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17일 시에 따르면 이번 적수 사태는 지난 5월 30일 수계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당초 공촌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을 막고 수산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상수도사업본부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서구 가좌동과 원창동 인근의 관로 밸브 2곳을 사용했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녹물 발생 여부 등 중간 점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또 평소 물이 흐르던 방향과 역방향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평소보다 100% 정도 수압을 높인 것도 상수도관 내부의 침전물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상황을 대비한 철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한 점, 초기 전문가 자문과 종합 대응 과정이 없었던 점 등에 대해 시민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각종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어 “(인천시가)적수 사태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 했다”라고도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이날 서구 공촌정수장과 청라배수지 현장을 긴급 점검한 자리에서 “수돗물 공급 체계 전환 절차를 중간 점검 과정 없이 너무 급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시가 노후화 한 상수도 관로 관리도 소홀했다. 지하에 관로를 매설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관 내부의 중성화와 노후화로 부식생성물이 발생한다. 이것이 달라진 수압 등에 의해 관에서 떨어져 물과 함께 배출되는 게 적수 현상이다. 이에 적수 현상을 막기 위해선 노후한 상수도관은 적절히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부가 2018년 공개한 상수도 통계 결과 인천의 총 상수도관 6천655㎞ 중 21년 이상된 상수도관은 2천598㎞로 약 40%에 육박한다. 이는 전국 평균인 32%보다 높은 수치다. 상수도관은 최소 20년 이상 사용하면 교체 대상이다.

이에 박 시장은 “이번 사태는 열악한 상하수도 인프라와 안일한 현장대응이 겹친 사고라고 생각한다”며 “노후 상하수도 관로 교체 등을 기반시설투자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말했다.

시의 민원 대응 과정도 미흡했다. 시는 적수 사태 초기 수질검사 기준치에만 근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또 영종 지역 적수 사태는 5월 수계 전환과 관련 없다는 초기 설명에 대해서도 시는 지난 13일 수계전환의 영향으로 수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 밖에도 시는 적수 사태 후 19일이 지났음에도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상수도사업본부 예비비 1천254억원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상수도사업본부 예비비는 시의 가용 재원인 특별조정교부금 110억원, 일반회계 예비비 100억원, 재난안전관리기금 400억원을 웃돈다.

이에 상수도사업본부 예비비 활용에 시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 예비비를 사용하려면 행정 절차가 필요해 우선 투입할 수 있는 특별조정교부금부터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민 보상 과정에서 상수도사업본부 예비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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