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받는 ‘경기도 기본소득’… 기초생활수급 청년은 못 받는다

정부 지원 못받을까 신청 기피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맹점 지적
道 “복지부와 협의 해결책 모색

▲ 경기도청 전경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 형편이 어려운 사람과는 거리가 머네요”

수원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A씨(24)는 ‘누구나 만 24세 청년’이라면 100만 원(분기별 25만 원)을 준다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우연히 알게 됐고 기대감에 부풀어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A씨는 곧바로 기본소득 수령을 포기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생계 급여 자격을 박탈, 기본소득 연 100만 원과 생계급여(연 240만 원ㆍ소득인정에 따라 차이 있음) 간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인 ‘청년기본소득’에서 보편적 복지의 맹점이 발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든 도민에게 정책 수혜를 돌리는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체계와 충돌이 발생, 정작 하위 계층에는 복지 혜택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18일 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도는 청년기본소득 2분기 신청(6월)을 앞두고 최근 시ㆍ군으로부터 1분기(4~5월) 평가 및 건의사항을 취합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1분기 평가회의서’를 정리했다. 지자체들은 제출한 자료를 통해 기초수급자인 청년들이 정부 지원금이 끊길까 청년기본소득 신청을 기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내에서 대상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로서 기본소득 수령을 신청했다가 포기한 인원은 수십 명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신청을 시도한 인원만을 계산한 것으로 실제 청년기본소득 대상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기본소득을 신청하면 곧바로 공적이전소득(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으로 포함, 그만큼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여차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이 박탈될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 혜택을 정작 빈곤한 청년들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보충성 원칙’에 따라 소득인정액 산정시 공적이전소득이 포함되는 탓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청년기본소득의 공적이전소득 범위를 완화하는 것은 보충성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중복 지급이 금지되고 있는 기초연금ㆍ아동수당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청년기본소득 정책은 소득에 따라 제한을 두지 않는 보편적인 현금 복지다 보니 법에 따라 기초보장수급 지원금에서 감액하게 돼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기본소득과 기초수급자 생계 급여 간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신청에서 ‘매 분기 같은 절차 신청의 불편함’, ‘고용노동부 등과 중복지원 여부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 등도 문제점으로 논의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어려운 청년들도 청년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여승구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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