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 자상한 기관장이었다. 수십 명과 치맥 파티를 하기도 했다. 야구 동호회를 프로팀과 연결해주기도 했다. 지역민과의 소통도 정평 있다. 취임 인사를 위해 곳곳을 찾았다. 가끔 인사를 받는 기관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임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역 단체장과의 작별 사진이 여럿 나돈다. 그런 만큼 근무지마다 남은 추억이 특별하다.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곳이 몇 곳 된다. 그의 직업은 검사, 직책은 검사장이다. ▶경기 지역과 인연이 특히 많다. 초년 시절 수원지검 검사였다. 깡패 잡는 강력부에서 일했다. 간부 시절도 경기도를 거쳤다. 안양지청장으로 근무했다. 수원지검장으로 근무했다. 통닭 거리, 냉면집, 야구장, 순대 골목 등에서 그는 여러 번 목격됐다. 매번 직원들을 대동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고 거창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냥 ‘검찰도 지역의 일부’라는 소신을 편하게 얘기했다. ▶수사 땐 달라졌다. 원칙에 철저했다. 전직 장관 고발장을 접수했다. 청와대 관련성도 제기됐다. 모두가 대충 덮을 거라 봤다. 하지만, 그의 수사팀은 그러지 않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온다.” 수사 초기 그의 이 말이 예고였다. 성역 없이 갔다. 청와대 사람도 조사했다. 전직 장관에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동은 되레 법원에서 걸렸다. 판사가 ‘관행’을 말하며 기각했다. 이후 수사는 위축됐다. 그래도 검찰다웠던 두어 달이다. ▶무엇이 올바른 검찰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검사장들이 겹쳐 말하는 취임사는 있다. “엄격한 법집행과 따뜻한 검찰상을 정립하겠다.” 아마도 이게 가장 그럴듯한 모습이라 여기는 듯하다. ‘엄격한 법집행’은 원칙대로의 수사를 말하는 것일 게다. ‘따뜻한 검찰’은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가 이런 모습을 모두 갖췄다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그나마 상당히 비슷한 검사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됐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총장 후보자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 평했다. 현 고검장과 지검장들이 용퇴의 기로에 섰다. 어림잡아 30~40명이 거론된다. ‘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손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위로랍시고 문자 몇 줄 보냈다. 답이 짧다. “검찰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업보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쏘주’ 한 잔 하는 날 물어봐야겠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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