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한창이었다. 김진표 의원을 포함, 이해찬ㆍ송영길 의원이 맞붙었다.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해찬 대표는 강한 여당을, 송영길 의원은 세대교체를 말했다. 경륜과 패기로 맞선 두 후보 사이에 전혀 다른 주장을 편 후보가 있다. 김진표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를 말했다. 그 중에도 ‘창업 경제’ 관련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융자에서 투자로의 금융개혁을 통해서 벤처창업 전사들이 혁신 성장의 바퀴를 힘차게 돌리도록 할 것입니다. 중소 벤처 창업 열풍을 일으켜서 10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10여개월이 지난 뒤 그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구직 대신 창직하라’는 제목에서 보듯 그의 주장이 여전하다. 구직난을 해결할 근본적 희망은 창업 열풍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를 뒷받침 할 제도로 금융개혁을 또 한 번 강조한다. 실제로 금융업계의 자금운용 정책은 주택담보대출에 쏠려 있다. 과도한 기업 대출이 빚은 IMF 충격이 가져온 20년간의 반작용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계대출을 통해 금융 자산 운용에 안정을 기하겠다는 경영 방향이 지배한 결과다. 실제로 시중 은행의 기업금융의 비중은 현재 47%에 머물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비중을 6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표현해서 청년ㆍ전문가 창업에 돈을 왕창 풀자는 소리다. 이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정책의 키를 휘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경제통 의원이다. 전국을 돌며 금융개혁을 통한 창업경제를 강조했다. 저서에도 똑같은 내용을 담아 세상에 내놨다. 이쯤 되면 이 문제에 귀를 열고 토론의 주제로 삼아봐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 수 늘리고, 취업 보조금 늘리면서 꾸려온 고용 수치에는 한계가 있음이 명백하다. 애초부터 재정을 통한 대책은 한국 경제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이 예고된 터였다. 그 해법의 출발을 이제 ‘정부 돈’이 아닌 ‘은행 돈’에서 찾자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투자 자금의 출발이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다.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그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역시 “함께 돌려야 할 한 축”이라며 성공을 강조하는 그다. 충분히 토론하고 끌어안을 만한 제언 아닌가.
그럼에도, 김진표의 제언은 외면되고 있다. 민주당도, 정부도 외면하고 있다. 때로는 못 보는 듯하고, 때로는 안 보는 듯하다. 김진표의 제언에 정답이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리 쉽게 풀려나갈 한국 경제는 아니다. 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뚫어볼 만한 수챗구멍은 되지 않겠냐는 기대는 있다. 꽉 막힌 경제ㆍ기업ㆍ취업의 구멍이라도 뚫어 낼 가치로는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계에 달한 재정 부담과 1천500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을 피해가며 꺼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후반부로 가는 문재인 정부에 당면 과제는 경제다. 지혜와 인물을 모아야 한다. JP(진표)노믹스에서 그런 제언을 들을 수도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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