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 그리고 불의 사용… 언어·종교·도시 등 문명의 시작 재조명
인간은 언제부터 두 발로 걸었을까. 맨 처음 말을 내뱉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종교, 법, 음악, 도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모든 시작의 역사>(김영사 刊)는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위르겐 카우베는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공동발행인이자 손꼽히는 학술 분야 저술가다.
2012년 미디어 전문지 ‘메디움 마가친 MEDIUM MAGAZIN’이 선정하는 학술 분야 올해의 기자상을 받았고, 전기 ‘막스 베버MAX WEBER’(2014)로 2014년 라이프치히 도서전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많은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독일어권 최고 권위의 저술상인 루트비히-뵈르네 상을 수상했다. 정신과 물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사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진정한 지식 논픽션의 표본”(프라이타그)이라는 찬사를 받은 책은 방대한 범위의 학문적 성취를 섭렵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저자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정통 인문서다. 고고학과 철학에서 생물학과 유전학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지적 호기심과 사색은 문명의 시원에 관한 기존의 통설에 의문을 표하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동체’다. 인류가 출현한 조건을 다룬 직립보행과 익혀 먹기의 시작에서 공동체 형성의 토대를 마련한 종교와 언어의 시작을 거쳐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세운 법과 일부일처제의 시작으로 마무리 짓는 전개는 문명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고루 보여준다. 소문과 가십을 나누는 데서 언어가 시작됐고, 타인과 정서를 나누는 데 음악과 춤이 활용됐다. 문자는 행정 문서와 장부 기록에서 비롯되었으며, 일부일처제는 성별 분업을 통해 집단생활을 안정화했다.
특히 저자는 대상의 기능적인 면보다 그것이 내포한 상징과 문화에 더 초점을 맞추어 공동체의 진화 과정을 톺아본다. 익혀 먹기를 다룬 2장의 경우, 인간이 불 자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보다 요리나 축제 등에 불이 사용되기 시작한 맥락에 집중한다. 또 숫자의 시작을 다룬 13장에서는 셈하기의 체계나 수학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경작지는 얼마나 큰가. 거기서 얼마나 많은 소출을 기대할 수 있나. 그것을 이루려면 얼마나 많은 노동이 필요한가. 특정한 종류의 맥주를 양조하려면 어떤 비율로 보리와 맥아가 필요한가”와 같은 도시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인 문제가 숫자의 발전과 보조를 같이 했음을 밝힌다. 값 2만1천8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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