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시·군 정책협력위원회’ 하반기 회의
사무이양·무상급식 등 이슈 놔두고… 시장·군수들 읍소로 일관
道 최대 정책회의→‘민원 해결의 장’ 변질, 자치시대에 역행 눈총
“도지사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ㆍ군 단체장, 도청 주요 간부들이 총출동한 경기도 최대 정책 회의가 지역 민원 해결을 요청하는 의견 제시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시ㆍ군들은 사무 이양, 무상급식 재정 등 도와 논쟁을 벌일 이슈가 있음에도 정책 논의 대신 지역 민원에만 집중, 지방 자치 시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18일 용인 시민체육공원에서 ‘2019년 하반기 도-시ㆍ군 정책협력위원회’를 개최했다. 정책협력위원회는 민선 7기 도-시ㆍ군 협치 방침에 따라 지난해 조직된 것이며, 올 1월 첫 회의를 통해 시ㆍ군과의 분권 등을 논의했다. 도지사와 시장ㆍ군수들이 참여하는 만큼 도내에서 열리는 정책 회의 중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사무 이양, 무상급식 재정 등을 놓고 도와 시ㆍ군 간 뜨거운 토론이 예고됐다. 사무 이양 안건으로 올라온 70건 중 도가 34건만을 수용, 수원월드컵경기장 운영권ㆍ산업단지 배출사업장 관리권ㆍ도시철도 면허 관리권 등 36건을 장기 검토ㆍ부동의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1일 도교육청의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될 고교 무상급식의 예산 편성 비율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ㆍ군은 도교육청 몫(50%)을 제외하고 5대 5(도와 시ㆍ군)를 내세웠지만 도는 현 비율(3대 7)을 고수했다.
그러나 막상 정책회의에서는 무상급식 문제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사무 이양의 경우도 도의 브리핑 이후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낸 시ㆍ군이 1곳도 없었다. 더구나 회의 출석률도 해외 출장ㆍ시정 등을 이유로 16곳의 단체장이 불참, ‘반쪽짜리’ 회의에 그쳤다.
참석한 시장ㆍ군수들은 지역 민원들을 이 지사에게 쏟아냈는 데 집중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스타트업 파크 공모 낙선에서 도의 협조 부족, 신동헌 광주시장은 CJ 물류단지로 인한 지역 혼잡, 백군기 용인시장은 용인ㆍ평택ㆍ안성 40년 상수원보호구역 갈등 중재, 박승원 광명시장은 서울시와의 차량기지 이전 문제에서 경기도 역할 등을 언급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만이 “정부의 재정 분권 추진(지방소비세 4% 인상, 균형발전특별회계 사무 이양에 따른 국비 지원 중지 등)으로 지방소비세 인상분 중 일부가 균특회계 보전을 위해 선 공제되면서 조정교부금 재원 총액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31개 시ㆍ군의 재정 확충 예상액은 기대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경기도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이 지사는 시ㆍ군들의 호소에 “도와 시ㆍ군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협력”이라며 “행정이 현실적으로 시ㆍ군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 경기도는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협력위원회는 이날 자치분권 국가 실현을 위한 공동 협약서에 서명하고 10월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시ㆍ군 참여(모두 참여하기로 응답), 조속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공동노력 등에 합의했다. 이밖에 도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삶의 향상을 위해 경기도가 추진 중인 노동자 쉼터 확대추진과 도-시ㆍ군 연계강화를 통한 경기도 중앙협력본부(서울, 세종) 확대방안을 밝히고 시ㆍ군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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