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검역시행장 가보니… 돼지열병 공포 커지는데 ‘검역 허술’

겉포장만 확인, 시료 채취 극소수
수입축산물 현물검사 ‘반쪽짜리’
필리핀서 수입 금지 獨 업체 제품
평택·용인사무소에 여전히 입고

경기도의 한 냉동창고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검역원이 수입산 축산물 박스를 살피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도의 한 냉동창고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검역원이 수입산 축산물 박스를 살피고 있다. 독자 제공

“돼지고기 박스 수십 개를 ‘파레트(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검역원들이 그걸 빙 돌리면서 네 면을 살펴봅니다. 박스 총 수량을 세고, 어느 국가에서 온 고기들인지 라벨을 확인하는 거죠”

“이후에 정밀 검역이 실시되나요?”

“방금 말씀드린 게 정밀 검역입니다”

여름철 뙤약볕이 내리쬐던 7월 셋째 주 경기도의 한 냉동창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제3△△호 검역시행장으로 지정한 이곳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입 축산물 등에 대한 식품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창고 왼편에는 평택항ㆍ인천항ㆍ부산항에서부터 도착한 수입 축산물들이 검역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오른편에는 검역을 끝마친 소고기ㆍ돼지고기ㆍ오리고기 등이 식당이나 가공 공장 등으로 출고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중간 지점에서 미국산, 칠레산, 오스트리아산 등 돼지고기들은 제각각 팔레트 위에 묶여 검역을 기다린다. 이달 초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인 폴란드의 돼지고기가 독일산에 섞여 들어옴에 따라 수입이 중단됐고, 이후 국내 검역도 한층 강화된 탓이다.

트레일러 한 대 당 600~2천 개의 박스를 내려놓으면 검역본부에서 파견된 수의사 등 검역원들은 오전팀과 오후팀으로 나뉘어 각각 이들 고기를 검역한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독일산 수입 돼지고기에 ‘폴란드산’이 섞여 있는지 매건 현물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박스 겉면을 눈으로만 훑어보고 성적서에 출고를 승인하는 등 형식적인 모습의 검역만 보일 뿐이었다. 냉동창고 관계자는 “(검역원이) 박스를 뜯어 독일산 안에 타국산이 혼입됐는지 꼼꼼히 봐야 하는데 고기 단면을 잘라 시류를 채취하는 건 사실상 랜덤(무작위)이고, 그 수조차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유럽에서 왔든 아시아에서 왔든 수입업체 마크만 대충 보고 그대로 출고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독일산 돼지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지만, 사실상 ‘겉 포장’만 육안으로 살핀 채 끝나는 등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일 필리핀 정부는 독일산 수입 돼지고기에 폴란드산 돼지고기 상자가 일부 혼입됐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입을 중단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ASF가 발생한 폴란드산 돼지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는데 독일산에 대한 현물 검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250㎏의 폴란드산이 섞인 것을 적발한 것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나흘이 지난 이달 5일에서야 독일산 돼지고기에 대한 현물검사를 강화하고 ASF 검사를 실시하는 등 검역을 강화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검역이 완료돼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독일산 고기의 출고를 즉시 중지시키고 전량 확인한다는 방침도 세웠으나, 사실상 현장 검역은 허투루 이뤄지는 중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적발된 독일의 돼지고기 수입업체 회사가 ‘프로푸드’인데, 해당 업체의 고기도 다른 고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납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상반기 경기도에 들어온 수입 축산물은 평택사무소 1천849건(1만7천899t), 용인사무소 3만6천953건(54만4천523t)이며, 이 중 1일 접수량 평균 100건 중 5건이 프로푸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프로푸드 제품을 포함해 독일산 돼지고기 전량에 대한 라벨 확인 및 서류 검사 등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검역시행장 내에서 일일이 정밀 검역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현장에서 불만족 목소리가 나왔음을 이해한다. 앞으로 더욱 철저히 검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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