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촌·귀어 국비 지원’ 해수부 지침 개정 / 수도권 규제 풀어가는 선례라고 해석한다

수도권 지역의 동(洞) 주민도 정부의 귀어ㆍ귀촌 사업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 귀어ㆍ귀촌 사업을 하는 업자에 국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수도권은 인구 과밀화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었다. 해양수산부가 이 ‘귀어ㆍ귀촌 지원 사업지침’을 변경해 수도권의 동 지역도 포함되게 바꿨다. 지원을 받게 된 곳은 안산시 풍도동에 속한 도서 지역 풍도ㆍ육도와 경기도 특산물인 김 양식을 주로 하는 안산시 대부동 행낭곡 어촌마을, 내수면 지역인 고양시 파주시 여주시다.

이번 지침 변경에는 경기도의 요구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5월 이재명 지사가 김 양식을 위해 귀어한 청년 어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현행 ‘귀촌ㆍ귀어 지원 사업지침’이 경기도 지역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경기도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를 해수부가 받아들이면서 지침 변경이 이뤄졌다. 현장에서 절절히 제기되는 수도권 규제의 불합리함을 파악해 중앙 정부에 개정을 요구하는 광역 지자체의 역할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한 사례다.

무엇보다 수도권 규제의 불합리함을 구체적으로 전달한 점이 평가할 만하다. 안산 시화호와 화성 화성호는 대표적 어촌이지만 대규모 매립과 각종 해양개발사업으로 어업 구역이 축소됐다. 최근 5년간 해마다 79가구씩 어민 가구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추세로 가면 20년 이내 지역에서 어촌이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어촌 인구) 과밀화가 우려된다’는 해수부의 전제가 틀려가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런 근거 제시가 해수부의 지침 변경을 가능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불합리한 법 체계를 들여다보게 한 것도 의미 있다. 현행 귀어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수산업ㆍ어촌발전 기본법에는 수도권에 대한 별도의 차별 규정이 없다. 귀어ㆍ귀촌 사업이라면 수도권 동 지역 어촌도 지원하게 돼 있다. 지금껏 이 지원을 막아 온 것은 해양수산부의 사업지침이다. 법 체계상 하위 개념인 해수부 지침이 상위 개념인 법률을 역(逆) 지배한 셈이다. 이 체계가 제대로 바로 잡힌 것이다. 수도권 규제의 많은 부분에도 대입해봐야 할 법체계 문제다.

우리는 이재명호 출범 이후 경기도의 수도권 규제 철폐 추진을 유심히 보고 있다. 4월에는 경기도 8개 시군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규제의 핵심인 법률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취하려는 접근이었다. 이번 해수부 지침 변경 요구는 그때와는 또 다르다. 대단히 작지만 아주 구체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큰 규제 혁파’와 ‘작은 규제 혁파’를 사안별로 구별해 접근해 가는 듯하다. 복잡다단한 수도권 규제 철폐를 대하는 새롭고 현실적인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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